[선교편지] 주안에서 문안드립니다.
필리핀은 연일 40도가 넘는 온도로 매우 덥고 습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 온도에서도 죽지 않고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마닐라는 아직도 봉쇄령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봉쇄 연장을 세 번이나 했는데 앞으로 더 연장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현지인들은 경제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다른 부분들도 모두 제한적이니 생활 자체가 어려운 중에 있습니다.

코로나는 많은 기도와 묵상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또한 선교의 본질적인 부분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본질적인 모습을 더욱 더 추구해 보게 됩니다.

선교편지를 블로그에 정리

역대 선교편지들을 인터넷 블로그에 정리했습니다. 흩어진 자료를 찾느냐고 약 두 달에 걸쳐 정리했습니다. 앞으로 선교편지들도 이곳에 정리해서 올릴 것입니다. 예전 선교편지들을 다시 보시게 되면 제 사역의 상황을 통시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더욱 더 기도해 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제 블로그의 링크는 https://blog.naver.com/namiswith입니다.

계속 시행하는 예배
 
 ▲주일예배를 마친 후 다같이교회 성도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성도 여러분! 왜 교회에 나오십니까? 혹시 쌀을 받으려고 나오십니까? 아시다시피, 쌀은 배고픈 가정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습니다. 기독교인 아니더라도 줍니다. 예배 출석한다고 쌀을 주는 것도 아닌데 왜 나오십니까? 체포당하는 것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저는 체포당하고 추방당할까봐 솔직히 두렵습니다. 그래도 이곳에 와서 예배하는 것은, 체포와 추방보다 더 귀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다같이교회에 나와서 예배하는 성도들에게 제가 던진 질문입니다. 성도들의 대답은 그저 웃는 것이었습니다. 매주 약 10여명이 나와서 예배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예배도 안b되는 상황이고, 순번제로 한 명씩 교회에 나와서 예배하자고 해도 본인 순번이 아닌 성도들이 나와서 같이 예배하고 있습니다. 예배당에 들어오면 손 소독도 하고, 마스크도 착용하고 멀리 떨어져서 앉습니다. 그래서 한번에 15명 정도만 앉으면 예배당이 꽉 찹니다.

저는 예배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을 쳤습니다. 목숨 걸고 사역한다는 심정으로 매 주일 교회에 갔고 예배를 인도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은혜를 주셨습니다. 교회 가는 길에 검문소를 없애주셨고, 예배하는 교회들은 정부에서 간섭할 수 있는데 다같이교회는 한 번도 간섭이 없었습니다.

저는 두 달 만에 제가 사는 마닐라의 집에 갔고 주일에는 다시 사역지로 돌아왔습니다. 성도들은 제가 마닐라에서 교회까지 온 것 자체를 아주 많이 신기해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봉쇄령으로 마닐라의 입출입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교회를 지키고, 예배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저의 신앙적 결단에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셔서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 기적은 이렇습니다. 30년 전에 간호사였던 어느 여선교사께서 필리핀에 와서 환자를 치료해 주고 있었습니다. 어느 변호사 딸을 치료해 살아나는 일이 있었고, 그 일을 계기로 그 변호사의 양녀로 들어가서 필리핀 시민권을 얻고 필리핀 의료인이 돼 응급차량을 정식으로 운행 허가받아 현재까지 의료사역을 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저는 집에 너무나도 가고 싶은데다 아내와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정말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던 중, 제 사정을 아는 어느 선교사님의 소개로 그 응급차량을 운행하시는 선교사님과 연결됐습니다. 저의 상황을 아시고, 집까지 태워다 주고, 매 주일 마닐라에서 사역지 인근까지 태워다 주기로 한 것입니다. 응급차량은 모든 검문소를 통과하기 때문에, 마닐라 입출입이 자유로운 것입니다.

두 달 만에 가족을 만났을 때 너무 기뻤고 기적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일주일이 마치 하루같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예배한다고 징계

제가 예배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느냐였습니다. 이 부분은 모두 해소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찾아왔습니다. 제가 속해 있는 선교회의 지역선교부(마닐라 인근을 담당하는 “지부”보다 상위기관으로 필리핀 전역을 담당)에서 저에게 징계를 내린 것이었습니다. 지역선교부 대표되시는 분이 저에게 와서, 계속 예배하면 인사위원회 소집해서 징계한다고 협박하시더니, 며칠 뒤, 징계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많이 억울하기도 하고 선교회가 거꾸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해서 참으로 안타까웠고 답답했습니다. 왜냐하면 지역선교부에서 필리핀 전체 선교사님들에게 여러 번의 공문을 보냈는데, 선교지 철수를 종용하는 공문과 예배를 중단하라는 공문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저는 반발했습니다. 선교 현지가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교인들과 사역지를 내버리고 어떻게 철수를 하느냐고 선교지 철수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예배는 절대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신앙, 신학,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교회를 위해, 가정을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낸 두 달을, 지역대표님은 가정을 버렸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저는 밤마다 아이들 사진을 보며 눈물 흘린 적이 많았는데, 왜 동일한 사실에 이렇게 다르게 생각하는지요. 속상했습니다.

지인에게 징계 건을 얘기하니 오히려 축하한다고 합니다. 다른 이유도 아닌 예배한다는 이유로 징계 받은 것은 오히려 기뻐해야 할 일이라면서 축하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기뻐해야 하고 축하받아야 할 일인가 묵상하게 됐습니다.

신학생 시절 교단에 이단 교회가 가입된 것을 철회하라는 데모를 했고 그 일로 그 이단에게 고소당해서 힘들었을 때도 심적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진짜 기쁜 일입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저는 징계를 받고, 저처럼 예배하고 있는 같은 선교회 동료 선교사들에게 연락했습니다. 혹 제 일로 예배하는 것을 멈추지 말라고, 위축되지 말라고 연락드렸는데 저의 기우임을 알았습니다. 그분들에 비하면 제 마음과 믿음은 새발의 피였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문제를 풀어주시고, 공의를 세워주시고, 선교에 본질적인 부분을 선교회나 선교사들이 다시금 생각하게 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외국인 선교사들이 현지 언어를 구사하면 얼마나 하겠습니까. 선교사들이 교인들에게 신앙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말이 아닌 삶일 것입니다. 혹 제가 예배하다 체포당하고 추방당하면 오히려 다같이교회는 부흥하리라 생각합니다. 체포에 대한 두려움, 그로 인한 추방으로 생활 터전과 사역지가 바뀌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제 자신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진정한 선교사의 삶이 무엇인가 더욱 더 고민하게 되고 기도하게 됩니다. 바른 선교의 길을 추구하며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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