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는 사람을 굳이 만나지 않고도 일상의 대부분이 해결되는 비대면(Untact) 사회를 최소 10년가량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편에선 인간의 만남 대면 소통이 급격히 줄어 외로움과 우울감이 증가하는 고독사회가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이렇듯 유례없는 변화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점철되는 가운데, 최근 지역 중심의 공동체가 건강한 사회를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육아맘들이 서울 중구 신당동 문화교회 교육관 내에서 자녀와 함께 마을활동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문화교회)

지역사회 살리며 사랑 실천하는 '마을목회'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문화교회는 지역 주민과 함께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건강한 교육 생태계를 조성하는 '마을목회'를 지향하고 있다.

교회가 추구하는 마을목회의 방향성은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상생하는 것이다. 즉, 전도를 목적으로 한 교회의 일방적인 봉사가 아닌 지역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보고, 이웃과 연대하고 연합하는 삶이다.

교회는 지역 주민들 중에서도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육아맘의 상황에 공감했다. 교회가 있는 신당동, 동화동 인근에는 890여 개의 의류·봉제업체가 몰려 있다. 젊은 층 유동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탓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생활·교육 공간이 마땅치 않아 다른 곳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를 파악한 교회는 2017년 30·40세대로 구성된 브릿지교구를 중심으로 엄마와 아이가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교회 앞마당 공터에 '유아 풀장'을 개장했다. 이를 계기로 지역 주민과 교류하면서 엄마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생겼다.

육아맘들로 구성된 한 지역공동체가 모임할 장소가 없어 난처해하고 있단 이야기를 듣고 교회는 흔쾌히 공간을 내주었다. 이후 교회와 육아맘들은 ‘내 아이만 생각하기 보다는 다른 아이들도 함께 품어 건강한 교육 생태계를 만들어가자’는 취지를 공유하고 아이와 부모를 위한 프로그램을 구상해 나갔다.

출산 후 힘들어하는 엄마들이 자세교정도 받고 정보도 공유하면서 서로 격려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중구 보건소와 협력해 ‘코어운동’이란 마을공동체 사업을 시작했다. 육아맘들은 스스로 주체가 되어 여름 야외물놀이를 직접 기획하고, 교회와 함께 미혼모를 위한 플리 마켓을 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교회와 육아맘들 사이에 공동 육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신뢰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공동체 사업으로까지 연결시킬 수 있었다.

엄마와 함께하는 영유아 신체발달 활동인 '트니트니', 아이를 위한 '반찬만들기'와 맞벌이 부부의 저녁상을 위한 '공유식탁', 영유아 신체발달과 사회성을 길러주는 '유아놀이터' 등 지역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교회는 엄마들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연계해 지역주민을 위한 좋은 사업을 구상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에게 교회 문턱을 낮추니 자연스레 이미지도 좋아지고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도 생겼다. 어렸을 때 교회에 나갔던 엄마들이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접점이 된 것이다.

브릿지교구 김용현 목사는 "교회는 그저 주민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나님사랑, 이웃사랑을 실천하고자 했다"며 "어머님들이 처음에는 전도목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교회의 취지나 태도, 섬기는 모습을 보고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2017년 미혼모 후원을 위해 신당동 육아맘과 문화교회가 공동 마련한 플리마켓 현장(사진제공=문화교회)

육아맘들과 교회가 협력해온 덕분에 육아품앗이의 모습은 체계적으로 갖춰졌다. 현재는 크게 미취학 계층 자녀를 둔 엄마들로 구성된 '육아맘 공동체'와 취학계층 부모들로 구성된 '맘티처 공동체'로 운영되고 있다. 두 공동체는 독립적이면서도 필요할 때는 유기적으로 연대한다.

지난해부터는 지자체와 협업해 교육·돌봄 공동체 사업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문화교회 교육관은 교육사업 네트워크를 위한 공식적인 교육, 돌봄 플랫폼사업 장소로 제공된다. 교회는 시설 혹은 운영관리 차원에서 협조를 하고 프로그램 운영은 육아맘 공동체가 한다. 육아맘들이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주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맘티처 그룹은 기존에 진행하던 '위드맘 프로젝트'를 교육복지사업과 연계해 확대했다. 위드맘 프로젝트는 역사나 과학 등 일정과목에 식견이 있는 엄마들이 다른 엄마들을 가르쳐서 과외가 필요한 지역 아이들을 돕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서울 중구청 산하 사회적경제생태계조성단의 교육·돌봄 사업에 참여한 맘티처 엄마들은 강사양성 교육 수강 등 일정자격을 갖춘 뒤 지역학교에 파견될 예정이다.

김 목사는 거룩한 성도들이 모인 곳이 교회라는 공교회성의 개념을 강조했다.

그는 "동화동을 중심으로 하는 성도들의 모임이 문화교회라면, 지역의 문제를 곧 문화교회의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교회는 어머님들이 공동육아 사업을 주체적으로 계속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모여야 할 경우 방역 작업을 지원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육아맘들이 문화교회 교육관에서 함께 오이소박이를 만들고 있다.(사진제공=문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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