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입양 가정은 오히려 줄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19년 발표한 입양 통계에 따르면 입양으로 가족을 만난 아동은 2012년(1,880명)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한 704명에 그쳤다. 2018년 보호아동이 1만 1,565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극히 일부 아동만 새로운 가족을 만난 셈이다.

입양이 갈수록 감소하는 데는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사회적 인식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김형모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내 입양은 한계가 있다"며 "혈연 중시와 더불어 특히 보호아동에 대한 편견이 있기 때문에 선뜻 나서서 아이들을 자녀로 받아들이고 키우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과 편견을 깨고 공개입양을 통해 건강한 가정을 이뤄나가는 가족이 있다. 아들 하나에 딸 둘,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하을이네도 입양가정이다.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하을이네 가족. 왼쪽부터 아빠 염제하 씨, 첫째 하람, 셋째 하을, 둘째 하린, 엄마 최상미 씨. ⓒ데일리굿뉴스

하을이네 "믿음으로 무장한 비전공동체가 꿈"

염제하·최상미 부부는 셋째 하을이를 공개 입양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를 자녀로 품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들 부부는 "세상 모든 아이에게 부모와 가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입양을 결정했다.

특히 보육원에서 자라 단 하루라도 부모 밑에서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염 씨는 "어린 시절 이루지 못한 입양에 대한 꿈을 결혼을 통해 이루고 싶었다"고 밝혔다. 완벽한 부모가 될 순 없더라도 한 아이의 울타리가 되기 위한 소망을 오랫동안 품어온 것.

하을이는 태어난 지 70일 만에 염 씨 부부의 셋째가 됐다. 처음엔 양육에 대한 두려움도 컸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는 게 이들 부부의 고백이다.

최 씨는 "어릴 적부터 입양에 대해 미리 알려줬던 덕에 첫째 하람이가 잘 이해해줬고, 지금도 너무 예뻐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오순도순 잘 지내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려움이 없진 않았다. 둘째 하린이가 처음부터 동생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상행동을 보여 심리 상담까지 받을 정도였다.

염 씨 부부는 "당시 하루하루가 어려웠지만 확신을 가지고 기도했다"며 "다행스럽게 1~2년 정도 지나자 문제가 하나씩 해결되어 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하을이를 통해 베이비박스에 놓인 아이들, 미혼모 등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두고 봉사하는 기회도 많아졌다.

언제나 마음을 나누고,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것. 그저 같이 있기만 해도 좋은 것이 '가족'이라는 하을이네. 염 씨 부부는 아이들이 또 다른 누군가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가족 모두가 믿음으로 무장한 '비전 공동체'가 되길 꿈꾼다.

염 씨 부부는 "입양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아이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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