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부터인가 봉제 공장이 밀집하면서 '봉제 거리'를 품게 된 창신동. 값싼 인건비로 무장한 후진국에 봉제산업이 밀려나면서 창신동도 빛을 잃어갔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청년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봉제 장인과 청년 디자이너들이 협업하면서 지역경제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는 것.
 
 ▲서울봉제산업협회 차경남 회장(왼쪽)은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창신·숭인 도시패션 선도 사업'을 계기로 본격적인 봉제 장인의 현장 특화 교육,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을 도왔다.

청년 디자이너·지역 봉제공장 협업…"디자이너 꿈꾸는 청년에게 희망"

서울봉제산업협회 차경남 회장은 지역 특색을 살려 청년 디자이너들에게 부족한 현장 경험을 제공하며 이들의 정착을 돕기 시작했다.

"많은 청년 디자이너들이 무대를 설 기회가 없을 뿐더러 현장에서 배울 기회가 없습니다. 디자이너는 봉제가 뒷받침해야 하기 때문에 청년들에게 창신동에서 봉제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됐죠."

30여 년 전만 해도 봉제 견습생이 넘쳤던 창신동 거리를 살리기 위한 차 회장의 아이디어다.

차 회장은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창신·숭인 도시패션 선도 사업'을 계기로 본격적인 봉제 장인의 현장 특화 교육,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을 도왔다.

차 회장은 "서울시와 함께 진행한 '소잉 마스터 아카데미' 수료 교육생들을 중심으로 '창신 데님 연구소'를 만들게 됐다"며 "지난해에는 ‘데님 647’이라는 공방을 만들어 데님 브랜드 GMH, KKR을 론칭했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은 직접 자신의 색깔을 담은 브랜드를 제작하고, 관련 업계로 진출해 나가면서 창신동과의 연결고리를 계속 이어나가는 방식이다.

특히 지난해 열린 '647 오프로드 패션쇼'는 청년 디자이너들에게 자신만의 무대를 꾸밀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옷을 직접 만든 지역 봉제공장들은 자부심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

차 회장은 "봉제 장인들도 자기 일을 제쳐놓고 신나서 참여하곤 했다"며 "지역 특성을 찾아 도시재생과 연계하고 교육이나 일자리 측면에서 지역을 살리고자 한 게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봉제산업이 발전한 봉제직접지인 창신동에 청년 디자이너와 지역 봉제 장인이 협업해 나간다는 건 패션을 꿈꾸는 다른 청년들에게도 기회와 희망이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창신동이 청년 디자이너와 봉제공장이 함께 성장해 나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