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공연 감상.(사진제공=연합뉴스)

#. 김씨는 눈을 뜨자마자 거실로 가 실내자전거를 40분간 타고 덤벨 운동을 했다. 운동 후에는 주방에 있는 커피머신에서 아메리카노 1잔을 내려 마시고, 방에서 노트북으로 일을 시작했다. 오전 내내 웹캠을 통해 화상회의를 한 그는 점심시간이 되자 온라인에서 주문한 재료들로 직접 된장찌개를 만들었다. 오후 6시 업무가 끝나자 배달한 곰탕으로 저녁을 때우고 넷플릭스로 영화 2편을 연속으로 봤다. 이후 집에 온 친구들과 함께 아파트 옥상에서 '홈 캠핑'을 즐겼다.

김씨 사례처럼 석 달째 이어진 코로나19 사태가 가정생활을 포함한 삶 자체를 통째로 바꿔놓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유로운 외부 출입이 제한됐지만 집은 일하고, 먹고, 즐기는 인간의 모든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코로나19는 답답하고 따분하다는 의미가 강한 '집콕(집에서만 지내는 생활)'의 개념을 흔들었다. 집안에서도 얼마나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준 것.

특히 코로나19는 삶의 기본인 의식주 중 식(食)에 가장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외식 자체가 지양되면서 집에서 요리하는 '홈쿡'은 일상화됐고 시간이 없으면 만들 수 없는 음식이 '핫 트렌드'가 됐다.

400번 저어야 한다는 '달고나 커피'나 '수플레 오믈렛 만들기' 등 '타임킬링'용 챌린지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영화·음악·공연 등 문화생활도 랜선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됐다. 코로나로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영화계는 개봉작 기근으로 하루 전체 관객은 1만명대로 주저앉았지만,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경우 미국과 유럽에서 접속 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인디 가수들부터 세계적 팝스타까지 세계 대중음악계도 너나할 것 없이 '온라인 라이브'에 뛰어들었다. 음악 팬들은 가수들이 집이나 스튜디오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지켜보면서 오프라인 공연에 대한 갈증을 달랬다.

'확찐자'가 두려운 사람들은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레이닝'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롯데멤버스가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이달 2∼3일 20대 이상 남녀 1,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8.1%는 '집에서 운동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 가꾸기에 빠져드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SSG닷컴이 2월 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집에서 식물을 기르는 '홈가드닝'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2% 증가했고, '홈인테리어' 제품 판매도 40% 늘었다.

집 안이나 베란다, 옥상 등을 활용해 캠핑 온 듯한 분위기를 내는 '홈 캠핑'도 인기다. 지난달 롯데마트의 캠핑용품 매출을 살펴보면 캠핑용 테이블, 의자 등 캠핑과 홈 캠핑에 동시에 활용이 가능한 제품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58.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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