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이른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그간 성 착취물 유통 통로가 되어온 텔레그램 등 해외 메신저와 관련한 대대적 수사에 나섰지만, 2일 디스코드에서는 이런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한 단계 진화한 형태로 성 착취물이 공공연하게 유통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인터넷 채팅 메신저 '디스코드'에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유포하다 검거된 채널 운영자와 영상 재유포자들 대다수가 미성년자로 파악됐다.

특히 채널 운영자 중 한 명은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닌 '촉법소년'으로, 심지어 범행 당시에는 초등학생으로 알려져 촉법소년 연령 기준에 대한 논란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대전에서 훔친 승용차를 몰다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대학생 운전자를 숨지게 한 10대들이 '촉법소년'인 것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7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거한 디스코드 내 성착취물 영상방 운영자 3명 중 2명이 미성년자로, 그 중 한 명은 만 12세로 파악됐다.

채널 운영자는 아니지만 성착취물을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를 통해 재유포한 혐의로 검거된 7명 중 6명도 12∼17세 미성년자이며, 이 중 상당수도 촉법소년 나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2년 이내의 장기소년원 송치 처분이 가장 강한 수준의 벌이고, 대부분 보호관찰 처분을 받는다.
국민적 공분을 살만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사실상 처벌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이처럼 소년범죄가 저연령화, 흉포화되며 촉법소년 연령 문제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2019년 국회 행안위 소병훈 의원이 경찰청으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소년부 송치된 촉법소년은 7천364명으로 2015년(6천551명)과 비교해 12.4% 증가했다.

건수는 절도가 가장 많았지만, 이 기간 강간·추행 등 성범죄가 31.8% 증가해 가장 두드러졌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 행정학 교수는 "육체적으로 조숙하고 충동적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SNS 등을 통해 유해 콘텐츠를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촉법소년 연령 논란은 이미 전 세계적인 이슈다"라고 설명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잔혹한 촉법소년들의 범죄가 알려지며 형사미성년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 대전에서 촉법소년이 훔친 승용차를 몰다 사망 사고를 내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엄중 처벌' 청원은 7일 현재 88만명이 참여했다.

촉법소년에 대한 엄중 처벌 여론이 지속해서 거세지자 정부는 형사미성년 연령 하향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법무부는 2018년 '제1차(2019∼2023) 소년비행 예방 기본계획'을 통해 촉법소년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올해 초 발표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만 10세 이상∼만 13세 미만으로 내리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촉법소년 연령 하향과 처벌 강화는 미봉책이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소년범 보호관찰 업무를 오래 해온 한 준법지원센터 관계자는 "심각한 소년범죄의 연령층이 내려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내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범죄예방 그물망을 촘촘하게 짜고 교화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 외 근본적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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