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15 총선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적용된다. 비례대표 의석을 얻겠다고 나선 정당만 35개. 역대 어느 총선보다 비례대표 의석을 둘러싼 쟁탈전이 뜨거울 전망이다.

정당 득표율 기준으로 전체 의석 배분...“민의를 더 충실히 반영하자는 취지”

기존 ‘병립형’ 방식은 비례대표 의석에 대해서만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의석수를 배분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할 경우 비례대표 의석을 통해 총 의석 수를 보장한다. 사표를 줄이고 민의를 총선 결과에 더 정확히 반영시키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 의석수에서 50%만 연동하고, 비례의석 47석 중 30석에 대해서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한다. 나머지 비례대표 의석인 17석은 기존 방식처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단순 배분하는 방식을 따르게 된다.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자에 한 표, 정당에 한 표를 투표하는 방식은 그대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달라지는 것. ⓒ데일리굿뉴스 김동현기자

예를 들어 A 정당이 정당 득표율 25%, 지역구 당선자 55명의 결과를 얻었다고 가정할 경우 A 정당은 전체 300석의 25%인 75석에서 지역구 당선 55석을 제외한 20석 중 절반, 즉 10석을 추가로 보장받게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을 30석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나머지 비례대표 17석에 대해서는 정당 득표율(25%)에 따라 4석이 할애된다. A 정당은 지역구 당선 55석에 연동의석 10석, 병립의석 4석까지 총 69개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A정당은 지역구 당선 의원 55명에 비례대표 11석, 총 66석을 확보해야 하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면 69석으로, 정당 득표율이 전체 의석 수에 더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당 득표율보다 지역구 당선 성과가 저조할 시 이를 보정하는 효과인 셈이다. 정의당 등 정당 지지도보다 지역 기반이 약한 소수 정당에 한층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4.15총선에 처음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다.(사진제공=연합뉴스)

‘위성비례정당’ 난립...선거제 개혁 취지 훼손

하지만 국민 지지와 실제 국회 의석 배분의 괴리를 좁히고 소수 정당도 원내에 진입할 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는 ‘비례 위성 정당’의 등장과 함께 산산조각 났다는 평가다.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창당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을 비례 정당으로 내세운 것. 지역구 의석을 많이 얻은 거대 정당은 정당 득표율이 높아도 연동형 비례의석을 챙길 수 없거나 줄어들 것을 우려해서다.

이를 두고 선거법 개정을 추진했던 정당들은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민주주의를 역행하고 선거제 개혁 취지를 훼손하는 ‘꼼수 정당’ 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거대 정당의 이상한 발상으로 지난해 말 패스트트랙 대치 사태를 거쳐 어렵게 통과한 선거법의 도입 취지는 이미 퇴색했고, 군소정당들은 다시 설 자리를 잃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다음 선거에서는 아예 비례대표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2020총선시민네트워크'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선관위가 형식적인 심사로 위성정당 창당을 묵인해 위헌·위법한 위성정당 경쟁이 일어났고, 선거보조금 편취를 방조했다”고 비판했다.

2020총선청년네트워크는 500여명이 서명한 '청년 유권자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위기를 해소해야 할 정치의 역할이 사라지고 위성정당 논란만 남아 오히려 정치가 실종됐다”며 “각 정당과 후보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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