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편지] 안녕하세요. 필리핀 다같이교회와 남윤정/김미희(온유, 사랑, 화평) 선교사의 소식을 전합니다.
 
 ▲남윤정 선교사의 필리핀 선교사역 모습들. ⓒ데일리굿뉴스

필리핀은 지금 계엄령 같은 준전시상황을 방불케 합니다. 왜냐하면, 군인이 도로를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필리핀 정부는 계엄령이 아니라고 하지만, 군인이 민간인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계엄령처럼 느껴지고 있습니다.

시내를 갈 때도, 검문소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지역 거주민이란 통행증이 있고, 체온이 높지 않으면 별다른 이상은 없지만, 군복을 볼 때면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주 도로는 군인이 통제하지만, 작은 도로는 각 동사무소에서 통제합니다.

병원, 약국, 슈퍼마켓, 은행 등 생활 필수업종 업소들만 문을 열고 있습니다. 간단한 치약 하나, 생수 한 병 사려고 해도, 슈퍼마켓에서 2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합니다. 실내 안의 인원을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마스크, 소독제 등은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특히 대중교통, 즉 지프니(작은 시내버스), 트라이씨클(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의 운행을 전면 중지했기 때문에, 대부분은 사람들은 일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빈민들은 하루 일당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밥을 굶고 있는 가정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두려움은 바이러스 보다, 굶주림에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한 가정 당 3kg의 쌀, 라면 1봉지, 캔 2개를 지급했습니다. 이 정도의 양은 일반 가정에서 3일이 되면 동이 나는 양입니다. 현재 마닐라가 있는 루손섬 전체를 봉쇄한지 2주가 되었는데, 정부는 한번만 지급한 실정입니다.

제 가족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2주째 집 밖을 못 나가서 아이들이 많이 갑갑하지만, 그래도 하나님께서 지켜주시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또한 아이들을 못 본지 2주째라서, 그리움이 많이 큽니다. 보고 싶을 때면 사진을 보며, 사진에 뽀뽀를 하며, 이 시간이 속히 가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2가지를 성도들에게 보여주며 신앙 훈련시키고 싶습니다. 첫째는 주일 성수입니다. 한국처럼 오랜 신앙의 성도들이 거의 없기에, 주일 성수의 개념도 약합니다. 주일 예배 시간에 다른 약속과 모임 등이 있으면 결석하기 예사인데 그것이 정당한 이유가 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예배는 중단될 수 없다는 신앙을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현재 필리핀 기독교 연합단체는 예배를 중단하라는 권고를 발표했고, GMS 지역선교부도 그 권고를 따르길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게다가 어린 자녀가 있는 선교사들의 철수를 권면했습니다. 저는 모두 따를 수 없는 지침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돌봐야할 사람은 제 가족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맡겨주신 제 양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버려두고 선교지 철수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예배드릴 때는 모두 손 소독을 하고, 마스크를 지급하고, 의자를 서로 떨어져 놓았습니다. 주일 오전 11시에 일제히 예배하되, 예배당은 한 명만 나와서 예배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미리 지정한 그 한 명의 성도님만 출석할 줄 알았습니다. 예배 시작 30분 전에 가서 기도하려고 했습니다. 출석할 그 한 분의 성도와 눈물의 기도와 예배를 예상했습니다. 예배당을 들어간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이미 약 5명의 성도들이 출석하고 있습니다.

가진 것도 없고, 내세울 것 없는 사역자와 그와 함께 신앙생활 하시는 성도들. 모두 약한 사람들이지만, 그럼에도 주님 앞에서 끝까지 신앙을 지키겠다는 그 마음을 하나님께서 보셨으리라 믿습니다.

성도들에게 보여주며 신앙 훈련하고픈 두 번째의 것은 신앙의 표출입니다. 모두 다 굶어야 할 열악한 이 상황에서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신앙인의 모습을 훈련하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쌀을 1.25톤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개인 선교사가 진행한 구제활동으로는 큰 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역지의 주민들이 워낙 많은 수의 빈민이 있어서, 그 양은 매우 미미합니다.

이러할 때, 신앙인들이 먼저 굶고 있는 가정들에게 먼저 쌀을 주는 그 신앙인의 모습을 기대하며, 훈련하고 싶습니다.

제가 교인들에게 말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좋은 훈련의 시간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 줄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모두 배고프지만, 특히 음식이 없어 굶고 있는 가정이 있다면 그 가정에게 먼저 쌀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아멘이십니까?” 교회 리더들은 “아멘”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앞으로 2톤의 쌀을 구제용으로 사용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교회를 개척하고, 특별 집회 때 선물로 쌀을 주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순전한 구제용으로 지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굶기는 매 한가지이니, 오히려 이러할 때, 하나님의 사랑을 더욱 전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