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과 성경이 말하는 '40'의 의미
연단과 훈련, 하나님의 뜻을 기다리는 시간

 
올해 사순절은 이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주일 예배가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각 가정에서 주일을 지키는 경우가 늘었다. 일각에서는 공예배를 경시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교회와 예배의 본질을 되돌아보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함께하는재단 탈북민취업지원센터 최경일 센터장. ⓒ데일리굿뉴스
 
사순절, 자기 부인과 영적 훈련의 시간
올해 사순절은 지난 달 26일 ‘성회(聖灰) 수요일, Ash Wednesday’을 시작으로 4월 12일 부활절 전날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일로 수난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재(Ash)는 회개를 상징하며 ‘흙으로 돌아갈 것임을 기억하라’는 의미를 담는다. 오늘날 로마 가톨릭 신도들은 재의 수요일에 모여 죄를 용서받는 표로써 이마에 재를 찍어 바른다.
 
사순절은 우리 죄를 대속하기 위해 십자가의 길을 마다하지 않은 예수님의 죽음을 묵상하는 시기다. 또한 부활절을 기다리며 성도들은 자기부인과 신앙의 성장을 위해 영적으로 훈련하는 시간으로 보낸다.
 
초대교회의 사순절은 세례지원자들이 세례를 받기 전 6주 동안 마지막 훈련단계로 지켜졌다. 이들은 부활절 세례를 받기 위해 금식이 요구됐는데 이후 전 교인들도 동참하게 됐다. 부활절 전 하루나 이틀 금식으로 부활 주일을 준비하던 것이 부활절 전 주 일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관습이 생겨났다.
 
과거만큼 엄격한 금식과 금욕생활이 강조되진 않더라도 현대 교회들은 40일 특별새벽기도나 부흥기도회 등으로 그 뜻을 되새기기도 한다. 성도들은 개인적인 금식과 말씀묵상, 성경 필사 등을 통해 사순절을 지키기도 한다. 최근에는 ‘미디어 금식’,
‘이웃을 위한 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그리스도의 희생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성경 속 ‘40’이란 숫자의 의미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고난과 죽음으로 향해 가는 순례의 길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 광야에서 40일간 금식하며 기도했다(마 4:1-2). 사실 성경에서 ‘40’이란 숫자는 성경 곳곳에서 연단과 훈련,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기다리는 의미로 많이 쓰였다.
 
노아는 40일간 밤낮으로 큰 비가 땅에 쏟아져 모든 생물을 땅에서 쓸어버리겠다는 하나님의 말씀(창세기 7:4)을 듣고 방주를 지어 심판을 기다렸다. 헛된 짓이라던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에도 순종했다. 40주야로 이어진 비를 맞으며 구원의 하나님을 기다린 것이다.
 
모세는 시내산에서 40일 동안 금식하며 하나님께 기도했다(출 24:18). 이스라엘 백성들은 출애굽에 성공하고 가나안 땅을 40일간 정탐했지만 하나님에 대한 불신으로 40년이나 광야에서 방황하게 된다(민 14:32-33). 엘리야도 시내산을 향해 40일을 걸었다. 이렇듯 성경에서는 믿음의 인물들이 경건하게 훈련 받는 기간으로 40이란 숫자를 자주 사용했다.
 
‘코로나’란 광야…한국교회 사명 되새겨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움직임이 활발하다. 확산세가 다소 꺾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한국교회도 주일예배를 포기하면서 온라인으로 잠시 전환하는 곳이 많아졌다. 방역당국의 협조를 묵인하고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해 혼란을 가중시킨 신천지처럼교회를 바라보는 사회로부터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박양우 문화체육부 장관은 지난 12일 기독교계를 방문해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영상 예배로의 전환, 밀집 행사 중단,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한국교회의 이해와 적극적인 동참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전했다.
 
한국 기독교계 각 교단과 대형교회들은 자발적인 예방활동은 물론 구제활동에도 앞장서고 있지만 교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식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교회의 과오를 회개하고 코로나 사태 종식 후 공예배 회복과 앞으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집중해야 한단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는 “코로나 사태를 보며 전 세계 동시 다발적으로 펼쳐지는 사단의 공격이 더 많아질 것이란 두려움이 생긴다”며 “코로나 바이러스를 빨리 퇴치시켜달라는 기도도 필요하지만 한국교회가 사명을 준비하는 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도구로 쓰여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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