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근원, 물이 죽어가고 있다. 인류의 탐욕이 부른 물의 오염은 모든 생명을 위협하는 대재앙이 되고 있다. 이제 물의 오염은 단순히 환경보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 존폐와 직결된 '생존권'이다.
 
 ▲생명의 근원이었던 물이 인류의 탐욕으로 인해 생명을 위협하는 대재앙으로 변해가고 있다.
 
바다의 수난(受難), 쓰레기 몸살
 
나이 40억 년, 넓이는 3억 6,000만㎢, 생명의 요람이라 불리던 바다가 오염으로 수난을 겪고 있다. 해양 오염은 생태계 파괴를 낳고, 그 피해는 해양 생물을 거쳐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다.
 
해양 오염을 부추기는 주원인은 지구촌 곳곳에서 버려지는 폐기물이다. 이 폐기물들은 대부분 분해 기간이 길다. 비닐은 보통 10~20년, 플라스틱 용기나 철캔은 최소 100년, 스티로폼의 경우는 500년 이상이 걸린다. 배출량은 많고 분해시간은 느린 탓에 장기간에 걸쳐 누적되면서 해양 생태계에 치명타를 입히게 된다.
 
바다의 골칫덩어리는 무엇보다 플라스틱 쓰레기다.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 조각과 5㎜ 이하로 잘게 쪼개진 미세·초미세 플라스틱은 바닷속 환경과 인간 식량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2018년에 발표한 '플라스틱 오염 현황과 그 해결책에 대한 과학기술 정책' 연구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해안 쓰레기를 수집해 조사한 결과 75%가 플라스틱류였다.
 
한림원은 "최근엔 육지와 식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단 보고가 나오고 있다"며 "해양과 연안은 물론 갯벌 퇴적물 등 생태계 전반이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돼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세플라스틱은 바다 먹이사슬의 기초가 되는 플랑크톤에서도 검출된 바 있다. 플랑크톤을 먹이로 하는 따개비, 조개, 갯지렁이 같은 무척추동물과 이를 먹이로 하는 척추동물인 어류에도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되고 있기에 인체의 미세플라스틱 섭취 우려 역시 점차 커지고 있다.
 
환경과학자들은 우리나라 해안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 바다 상태 또한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굴이나 홍합 등의 양식장에 사용되는 스티로폼이나 그물 등 어업용 도구에 의한 플라스틱 오염이 심해 2016년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의 보고서에 오염 우심지역의 사례로 소개됐다. 한반도 주변 바다는 모델링을 통한 오염 예측연구에서도 가장 오염이 심한 곳 중 하나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다량의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고, 폐기물이 어떤 경로를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지 파악해 오염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동수 교수는 "배출원이 무엇이든 일단 바다로 유입되면 효율적인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사전예방이 훨씬 중요하다"며 "쓰레기를 원천적으로 줄이고, 재활용과 재사용을 극대화해 자원순환형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항생제의 역습…슈퍼버그가 온다
 

해양에 미세플라스틱 등 각종 쓰레기가 쌓이고 있다면, 전 세계 강은 항생제에 잠식당하고 있다.
 
영국 요크대 앨리스터 박스올 교수 등이 이끈 연구팀은 지난해 5월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열린 '국제환경독성학 및 화학회'를 통해 영국 템스강을 비롯해 세계 주요 강들에서 심각한 감염 치료에 중요하다고 분류된 항생제들이 위험한 수준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심지어 방글라데시의 한 강에서는 항생제 일종인 메트로니다졸이 기준치의 300배 이상 검출됐다.
 
세계적인 항생제 오·남용 국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결과 한강과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 우리나라의 젖줄인 4대강에서 미국 FDA가 정한 기준치를 최고 3배나 초과한 다량의 항생제가 나왔다. 중앙대 항생제 내성체 연구센터에서 4대강과 주요 도시의 하수처리장, 축산 폐수처리장을 대상으로 한 항생제 내성균과 유전자 검사에서도 높은 수준의 항생제 내성균이 검출됐다.
 
전 세계 강은 지금 이 시간에도 여러 경로와 단계를 통해 유입되는 항생제로 오염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량의 항생제가 치명적인 균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기존의 어떤 항생제로도 죽일 수 없는 '슈퍼버그'(Superbug,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가 출현해 인류를 위협한다는 것.
 
슈퍼버그의 위협은 기우가 아니다. 실제로 매년 약 70만 명 이상이 슈퍼버그에 감염돼 목숨을 잃었다. 미국질병통제센터는 미국에서 매년 280만 명 이상이 슈퍼버그에 감염되고, 3만 5,000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유럽질병통제센터도 매년 3만 3,000명의 유럽인이 사망한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슈퍼버그는 항생제보다 늘 빠르게 진화했다. 영국의 경제학자 짐 오닐은 2015년 박테리아의 '항균제 내성에 대한 검토'에서 2050년 슈퍼버그로 인한 사망자가 3초당 1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슈퍼버그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중국에서 매년 100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슈퍼버그 출현의 원인은 인류의 탐욕이다. 가축 사료에 들어가는 항생제를 비롯해 오남용되고 있는 항생제는 자연에 그대로 유입된다.
 
전문가들은 인류의 생존권을 위해서 항생제 오·남용을 금지하고, 더불어 폐의약품 수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재앙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위클리기획팀 천보라·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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