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전염병의 여파로 두려움에 빠져 있는데다 글로벌 증시의 곤두박질로 이중고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검은 월요일'의 충격에서 미처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글로벌 증시에 이번엔 '검은 목요일'의 쓰나미가 덮쳤다.
 
 ▲지난 3월 12일 글로벌 증시의 대폭락으로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로 최악의 하루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불과 사흘 시차로 '대폭락 장세'가 잇따르면서 글로벌 증시는 그야말로 그로기 상태로 내몰린 분위기다.

지난 3월 12일(현지시간) 유럽과 미국 증시는 10% 안팎 무너졌다. 몇 시간 뒤 개장하는 아시아권 증시에도 추가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미국 뉴욕증시 120년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인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로 최악의 하루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놓은 대응조치들은 오히려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시장 부양책을 내놨지만,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상황에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자들이 투매에 들어간 셈이다.

원유와 금 시장도 투매 장세로 흐르는 분위기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4.5%(1.48달러) 하락한 31.50달러, 뉴욕상품거래소의 4월 인도분 금도 온스당 3.2%(52달러) 내린 1,590.30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 10% 곤두박질…2만선 붕괴 가시권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352.60포인트(9.99%) 하락한 21,200.62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9일 2,013.76포인트(7.79%) 무너진 지 사흘 만에 또다시 2,000포인트를 웃도는 대폭락 장세를 연출한 것이다.

CNBC방송은 지난 1987년 블랙 먼데이(-22.6%)를 기록한 이후로 최대 낙폭이라고 전했다.

가파른 하락 추세를 고려하면 다수지수 2만선 붕괴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증시 전반을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나란히 10% 가까이 내려앉았다.

S&P500지수는 260.74포인트(9.51%) 내린 2,480.64에, 나스닥지수는 750.25포인트(9.43%) 내린 7,201.80에 각각 마감했다.

뉴욕증시의 폭락세는 일찌감치 예고됐다.

개장과 동시에 폭락세를 보이면서 주식거래가 일시 중지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지난 9일에 이어 사흘 만이다.

일종의 '휴지기'를 통해 주가 급등락의 충격을 완화하자는 취지에서 15분간 매매를 중단하는 제도로, S&P 500지수 기준으로 7% 이상 출렁이면 발효된다.

S&P500 지수가 개장한 뒤 5분 만에 7%대로 낙폭을 키우면서 192.33포인트(7.02%) 하락한 2,549.05에서 거래가 중단됐다.

거래는 9시 50분 재개됐지만, 낙폭은 더욱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TV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취약해진 시장 심리를 진정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가 폭락세가 이어졌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단기유동성 공급을 또다시 대폭 확대했지만, 이미 악화한 시장심리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미국 입국금지' 직격탄 맞은 유럽증시 '최악의 하루'

유럽증시에 불어닥친 충격파는 한층 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유럽발 입국금지' 조치가 유럽증시에 직격탄을 가한 셈이다.

ECB 역시 순자산매입을 확대하고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일시적으로 도입하기로 했지만, 기준금리를 0%로 동결하면서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기대했던 시장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0.87% 급락한 5.237.48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1987년 이후로 하루 최악의 낙폭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도 12.24% 내린 9,161.13로,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 역시 12.28% 떨어진 4,044.26으로 장을 마감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는 12.40% 급락한 2,545.23으로 거래를 종료했다.

이 역시 이 지수 역사상 하루 최대 낙폭이자 유일한 두 자릿수 하락 기록이다. 이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의 하락을 넘어선 것이다.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의 FTSE MIB 지수는 16.92% 급락한 14,894.44로 거래를 마쳤다. dpa 통신은 이는 1998년 이 지수가 탄생한 이래 최악의 하루 낙폭이라고 전했다.

앞서 마감한 아시아권 증시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 닛케이255 지수는 4.41%, 토픽스 지수도 4.13%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도 각각 1.52%와 2.20% 떨어졌다.

한국의 코스피는 장중 한때 5% 이상 폭락하면서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일시 중단시키는 '사이드카'가 8년 5개월 만에 발동되기도 했다.

간밤 유럽과 미국발 폭락장세는 13일 아시아권 증시에 또 다른 충격파를 몰고 올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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