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힘이 실감나는 때이다. 최근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이 잇따라 세계적 성취를 올리면서 전 세계 대중문화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서구 전유물로 인식된 아카데미나 그래미 벽을 한국 대중문화인들이 나란히 깼기 때문이다. 거둔 성과가 시기적으로 맞물린 덕분에 K컬쳐의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대중문화계를 휩쓴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사진제공=연합뉴스)

이제는 'k무비'까지…대중문화 강국 '북미 시장' 강타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하며 한국의 문화·예술 등이 행사하는 영향력, 즉 '소프트 파워(soft powe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K팝에 이어 K무비가 미국을 비롯한 북아메리카 시장까지 강타하면서 K컬쳐의 위력이 전 세계 화두다.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은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시장의 서구 중심성을 깨고 문화적 다양성을 확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K팝이 북아메리카에서 인기를 누리면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미국 주류 사회에 이미 어느 정도 형성됐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19 한류나우'에 기고된 오미영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의 '2018 해외한류실태조사-미국 한류 심층분석'을 보면, 미국을 한류열풍의 새로운 중심지로 꼽고 있다.   

1990년대 말 대중가요, 드라마 등의 한국 대중문화콘텐츠가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끌자 미국 내 아시아인들에게까지 확산됐고, 이 과정에서 한류의 열기가 미국 주류 사회로까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이 흐름을 이어받아 '기생충'이 미국 공략에 성공하면서 한류의 폭이 더욱 넓어진 것.

특히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온전히 한국어로 된 콘텐츠가 세계시장에서 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다. 이는 한국의 특수한 현실에서 현시대가 공감하는 보편적 주제 의식을 끌어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기생충은 반지하에 사는 가난한 가족이라는 한국적 현실로부터 인류 보편적 주제인 빈부격차 문제를 풀어냈다. 한국 청소년들의 현실을 노래하는 데서 출발한 방탄소년단은 '나'를 사랑하자는 메시지로 전 세계 젊은이들과 공명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런 보편적 주제 의식은 국경이 사라진 콘텐츠 플랫폼에서 '글로벌 대중'을 만나 호소력을 갖게 됐다"며 "국적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콘텐츠를 즐기는 새로운 대중이 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2, 제3 봉준호 배출 노력해야

물론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의 성공만으로 한국 대중문화 전체가 주류에 등극했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정민재 대중문화평론가는 "큰 상징성이나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의 개별적 활약에 가깝다"고 말했다.

아직 주류 시장에서는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시각도 존재한다.

영국 방송 진행자인 피어스 모건은 '기생충' 수상에 대해 "이제 아카데미는 비영어권 영화가 최고상을 수상하고 한국인들이 무대에 올라 의기양양하게 축하하는 모습을 가리키며 '자 봐라, 다양성이다'라고 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대중문화계는 두 콘텐츠의 성공이 한국뿐 아니라 문화산업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영화산업계는 벌써부터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는 중이다. 특히 기생충' 수상으로 시작된 할리우드와 아시아의 협업 및 합작 활성화가 기대된다. 실제로 '기생충'을 투자·배급한 CJ ENM은 '극한직업' '수상한 그녀' '써니' 등의 리메이크를 비롯해 10여 편의 영화를 개발, 합작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K팝과 K무비에 이어 북미 안방극장을 공략할 K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기생충'은 미국 방송사 HBO에서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노희경 작가의 tvN 드라마 '라이브'도 미국에서 리메이크를 확정했다.

이제 K콘텐츠는 한류를 넘어 세계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문화계는 제2, 제3의 '기생충'이나 '방탄소년단'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려면 콘텐츠 발굴 등 내실을 다져야할 때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성균관대 문화융합연구소 김휘정 부소장은 "한류 발신국인 한국이 계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안주하지 않고 문화콘텐츠의 수출과 수입, 쌍방향 문화콘텐츠 교류,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국제사회 공헌사업 등 다각적인 접근과 함께 K콘텐츠 발굴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상경·박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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