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지난 23일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라파의 집에서 미국 유학 중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나눈 제주 소녀 故 김유나 양의 사랑을 기리는 식수를 진행했다. 사진은 고인을 기리는 동백나무에 메시지 카드를 거는 이식인 킴벌리 씨와 어머니 로레나 씨의 모습 (사진제공=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故 김유나 4주기 맞아 식수식…이식인 킴벌리 씨 참석
"나의 영웅, 유나의 고향 제주에 동백나무를 심습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이하 본부)가 지난 23일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라파의 집에서 미국 유학 중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나눈 제주 소녀 故 김유나 양의 사랑을 기리는 식수를 진행했다.
 
2016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김유나 양(당시 19세)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부모 김제박, 이선경 씨는 딸과의 아름다운 작별 인사를 건네고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이들의 숭고한 결정으로 故 김유나 양의 심장은 33세의 소아과 의사, 폐는 68세 남성, 오른쪽 신장은 12살의 남자아이, 왼쪽 신장과 췌장은 19세 소녀, 간은 2세의 영아, 각막은 77세의 남성에게 이식됐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미국에서 故 김유나 양의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은 이식인 킴벌리 씨를 한국으로 초청했다. 미국 텍사스주 피닉스에 사는 킴벌리 씨는 어머니와 함께 입국해 지난 21일 저녁 제주에 도착했다.
 
故 김유나 양의 4주기 기일인 23일 제주 라파의집에서 진행된 식수식에는 킴벌리 씨와 어머니 로레나 씨, 고인의 부모 김제박, 이선경 씨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동백나무를 식수하며 세상에 아름다운 사랑을 남기고 떠난 고인을 추모했다.
 
킴벌리 씨는 '유나는 나의 영웅이다'라는 메시지 카드를 써서 나무에 걸었고, 이어 유나 양의 아버지 김제박 씨도 '유나야 사랑한다'는 메시지 카드를 적어 나무에 걸었다.
 
 ▲딸 故 김유나 양을 기리는 동백나무를 바라보는 아버지 김제박 씨와 어머니 이선경 씨 (사진제공=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고인의 어머니 이선경 씨는 킴벌리 씨와의 만남에 대한 소감을 묻자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쁘다"며 "유나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는데 킴벌리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 함께 많은 사진을 남겼다"고 전했다.
 
아버지 김제박 씨 역시 "한국까지 우리를 만나러 와주어 고맙다"며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서로 연락하며 지내자"고 말했다.
 
킴벌리 씨의 어머니 로레나 씨는 "딸에게 생명을 선물해주어 정말 감사하다"며 "유나가 우리에게 준 생명은 기적과 같은 선물"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식수식 이후 킴벌리 씨와 유나 양의 가족은 고인이 생전 자주 찾았던 제주도 곳곳을 관광하며 유나 양의 흔적을 찾아 추모했다. 특히 유나 양이 생전 버킷리스트로 작성했던 '월정리 바다 가기'를 함께하며 유나 양의 사랑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국내에서는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에 31조 비밀의 유지에 의해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의 정보 공개가 금지돼있다. 국내에서 장기를 기증한 기증인의 유가족들은 이식인의 소식조차 알 수 없는 현실이다. 이번 만남 역시 고인이 미국에서 사망하여 미국법을 적용함에 따라 성사될 수 있었다.
 
이에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인 '도너패밀리'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에서도 기증인 김유나 양의 부모와 이식인 킴벌리 씨와의 만남 같은 감동적인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 간의 서신 교류를 허용해달라고 촉구했다.
 
박진탁 이사장은 "언어도 국적도 다르지만 생명나눔을 통해 가족이 된 킴벌리 씨와 유나 양의 가족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의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며 "이를 통해 국내에서 생명나눔을 실천한 기증인들의 유가족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위로를 받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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