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신장이 보통 130∼140㎝에 불과한 아프리카 콩고 소수민족 피그미족의 고유언어 소리음을 한글로 표기한 성경책이 처음으로 출간됐다.
 
 ▲사단법인 작은손선교회가 처음으로 펴낸 한글표기 치뗌보 성경 '4 복음서' ⓒ데일리굿뉴스

개신교인 중심으로 구성된 피그미족 지원 선교단체인 사단법인 '작은손 선교회(HfL·Hands for the Littles)가 신약 4복음서를 피그미족 말인 치뗌보('코끼리어'라는 뜻)로 옮겨 다시 한글체계로 번역한 책 1,000권을 발간했다.

현 국립국어원장인 소강춘 전 전주대 교수가 치뗌보 성경 번역위원회 표기체계 연구 책임을 맡았다.

총 410쪽 분량의 성경 번역본 흰색 겉표지에는 '4개 복음서'라는 뜻의 치뗌보어 한글표기 제목과 키가 작은 피그미족 남자가 성경책을 가슴에 안고 기도하는 모습의 사진이 담겨있다.

선교회는 또 피그미족이 한글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든 교재 '치뗌보 학습서' 300부도 만들었다.

이 피그미족 마을에서 최관신 선교사(63)가 11년 동안 선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최 선교사는 피그미족에게 번역된 성경과 한글교재를 보급하고 현지 초등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한글표기 교육을 할 계획이다.

그가 피그미족과 첫 인연을 한 것은 2010년. 아프리카 중앙평원에서 살다가 유목민들에 의해 숲속으로 쫓겨 수렵 채취 생활을 하면서 멸종위기에 몰린 피그미족을 돕기로 결심했다.

극도의 피해의식과 적대감으로 경계심을 늦추지 않던 이들과 같이 숙식을 함께 하면서 어렵게 소통을 하게 된 최 선교사는 교회와 학교를 짓기로 하고 전북 전주 교회와 병원 등으로부터 후원받아 피그미족 돕기에 본격 나섰다.

콩고는 현재 로마 가톨릭이 55%로 가장 많고, 개신교는 35%다. 그러나 기독교신앙은 대부분 토속종교와 혼합돼 있다.
 
 ▲훈민정음세계화재단 신년회에서 피그미족 한글교재를 설명하고 있는 최관신 선교사. ⓒ데일리굿뉴스

최 선교사의 한글 교육도 2015년 서울과 전주에서 열린 '한국 아프리카 문화교류·피그미족 돕기' 자선공연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처음 찾은 피그미족 공주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피그미족 공주가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표기문자로 채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자가 없는 우리에게도 한글문자를 만들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고 한다.

최 선교사는 당시 전주대 국어교육과 교수였던 소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소 원장 주도아래 치뗌보의 한글 표기 체계가 완성됐다.

최 선교사와 소 원장 등은 4년 여 동안의 작업 끝에 치뗌보 성경 번역도 마무리했다.

소 원장은 "콩고는 공용어로 프랑스어를 사용하지만 문맹률이 99%에 달한다"며 "고유 표기문자가 없는 피그미족은 소리표기음으로 한글을 로마자보다 훨씬 배우기 쉽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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