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 세계 170개국에 약 2만 7,000여 명 선교사를 파송했다. '선교사 3만 시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지만, 예전처럼 증가폭이 크지 않다. 선교사 고령화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교회의 부흥이 주춤하면서 교회의 선교 재정 후원도 예전 같지 않아 선교사 후원 부담도 커졌다. 게다가 새로운 선교사들이 나가지 않으니 사역유지도 어려운 상황이다.
 
선교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 "평신도 시니어들이 선교사로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64세에 필리핀 선교사로 자원해 10년간 선교사역을 하다 현재는 선교동원가로서 중장년층(시니어)의 선교를 장려하고 있는 김재복 선교사다.
 
 ▲GOODTV 사옥 1층에 있는 한 카페에서 김재복 선교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데일리굿뉴스

군인·교육자에서 선교사로
 
"하나님은 선교하고 싶다고 했던 제 마음을 받으시고, 구체적인 사역 계획을 예비하고 계셨어요.  당시 60이 넘었지만 나이에 상관 없이 평생 제가 해 온 '가르치는 일'을 가지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하신 거죠."
 
김재복 선교사는 해군사관학교 출신 직업군인이었다. 모교 해군사관학교에서 조선공학과 교수 및 교수부장을 맡고, 남해대학 총장, 창신대학 부총장을 역임하는 등 30여 년 가까이를 교육자로 살았다.
 
심지어 그는 불교집안의 장손으로 태어나 교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모태신앙인 아내를 만나면서 서른 즈음부터 늦둥이 믿음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선교에 눈을 뜨게 된 건 한 필리핀 선교사의 제안으로 간 단기선교에서였다.
 
2007년 김 선교사는 아내와 함께 2주 간의 선교지 탐방을 계획하고 필리핀으로 떠났다. 그때 나이 62세였다. 산골 빈민 사역, 청소년 교육과 신학교 사역, 농촌 교회 개척 등 필리핀 사역 현장을 직접 목격한 그는 '지금까지는 세상일에 충실했지만 남은 삶은 두 배로 하나님의 선교에 열심을 내어 살아보고 싶다'고 마음을 굳혔다.
 
선교의 마음을 품고 한국에 돌아온 김 선교사 부부는 '어떤 선교를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구체적인 인도하심을 받도록 기도했다. 더 구체적인 선교 정보를 얻고 싶어 1년 후 필리핀을 재방문했다. 선교사의 소개로 필리핀 한 대학의 관계자와 만났을 때, 한국어 초빙교수 제안을 받았다.  선교사로서의 부르심을 확신하는 순간이었다.
 
김 선교사는 한국에 돌아와 선교 훈련과정을 듣고, 외국인 한국어교사양성과정을 이수하는 등 선교지로 들어가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했다. 2009년 12월, 출석교회인 서울 송파구 장지교회의 파송을 받아 필리핀 선교사로서의 걸음을 뗐다.
 
 ▲필리핀 ROS교회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교회 건축 기금 마련을 위한 뮤지컬 공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제공=김재복 선교사)

주일학교 사역으로 현지교회 부흥
 
'현지 선교사들을 돕겠다'는 것이 김 선교사 부부가 세운 원칙이었다. 주중에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주말에는 선교사가 세운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 매주 예배에 참석하던 김 선교사는 현지교회에 어린이 주일학교가 없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라고 생각한 그는 자신에게 한국어를 배우던 현지교회 청년들을 동원해 3달간 교사훈련을 시킨 뒤 주일학교를 시작했다. 예배시간에 율동과 말씀을 배우고, 게임도 하고 간식도 먹으며 재미를 느낀 동네 아이들이 점차 교회로 모이기 시작했다. 1년 정도 되니 자체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한 필리핀 자매를 통해 교회와 30~40분 떨어져 있는 다른 교회에서도 주일학교를 시작했다. 이미 훈련 받아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고 있던 청년들에게 3개월간 다른 교회를 도와 주일학교가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했다.
 
"하나님의 일은 놀라워요. 동네 어린이들이 교회에 나오니 언니, 오빠, 부모까지 교회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마침 성탄절 맞아 어린이의 가족을 초청해 예배를 드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영접했어요. 그 이후부터 교회가 부흥하기 시작해서 성도가 2배로 늘었어요."
 
주일학교에서 시작된 교회 사역은 교회 건축까지 이어졌다. 현지교회 목사는 김 선교사에게 "예배드릴 공간이 부족하니 새 예배당을 지어야겠다"며 "성도들이 자체적으로 작정헌금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교회는 주일학교에서 '어린이 뮤지컬' 공연을 열어 부족한 교회 건축 기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어린이 뮤지컬 공연 준비는 교회 구성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동시에 필리핀에 있는 다른 현지교회에도 큰 도전을 주는 계기가 됐다.
 
필리핀 가난한 농촌에 있는 현지교회가 스스로 예배당 건축에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고자 공연을 한다는 소식이 퍼져나가자 표는 매진됐고, 이들의 뮤지컬 공연은 교회의 연례행사로 자리잡았다. 여기저기서 건축 헌금도 들어왔다. 김 선교사를 비롯한 한국 선교사 뿐만 아니라 필리핀 현지 성도들, 동네 마을주민 모두가 하나님이 하신 일을 볼 수 있었다.
 
"선교사가 분유 사주고 교회 건축해주고 필요를 채워주는 일을 해도 복음을 전해서 제자를 키우지 않으면 복음이 확산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지인 중에 제자를 키워서 그들이 복음을 전하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선교사님을 도와 여러 일을 하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 선교사는 주일학교 세우기, 교회건축 외에도 필리핀 내 선교사들의 요청으로 교회나 학교 등지를 다니며 한국어를 가르쳤다. 필리핀 내 신학교에서 현지 리더 양성을 위한 리더십 강의를 하기도 했다. 또 필리핀 한인회장으로부터 요청을 받아 한인학교를 교장을 맡는 등 전문성을 가진 교육자로서 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다.
 
 ▲김 선교사가 다른 선교사를 도와 사역하다 맡게 된 말리왈루교회의 개척 건축 당시의 모습. 말리왈루교회는 목공소 작업장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건축까지 하게 됐다.(사진제공=김재복 선교사)
 
"땅 끝까지 복음 전하는 일, 그리스도인의 사명"
 
김 선교사는 지난해 12월, 10년간의 필리핀 선교사역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선교지에서 뼈를 묻겠다는 생각으로 갔지만, 파송교회의 목사로부터 '선교 동원을 하는 사역을 맡아달라'는 간곡한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평생 선교사로 살고자 모든 것을 정리하고 갔기 때문에 필리핀을 떠나온 것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지만,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모든 지휘권을 넘겼듯 사역을 마무리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김 선교사는 현재 GP한국선교회에서 시니어 선교동원과 훈련 담당 직능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은퇴한 장년층, 4-50대 예비 은퇴자들이 선교에 대한 마음을 품고 훈련되어 선교지에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는 "요즘에는 50·60대의 재취업 문제도 심각하고, 과학기술이 발달해 은퇴 이후의 삶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본다"며 "크리스천 중장년층이 그 동안 삶을 이끌어오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복음의 빚진 자의 마음으로 선교지에 나가 복음을 전하는 일에 도전해보기를 권면한다"고 했다. 
 
김 선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일을 해오면서 축적했던 노하우를 주일학교 세우기, 학교 강의 등을 통해 발휘했던 것처럼 은퇴한 중·장년층이 현역에 종사하며 축적된 경험과 경력이 선교지에서 실질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60대에 선교사로 나가 하나님이 일하시는 놀라운 일들을 경험하며 보니까 시니어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참 많았어요. 교육이면 교육, 제조업이면 제조업 등 전문인으로서 영혼 구원을 위해 쓰임 받을 수 있습니다. 선교는 그리 부담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땅 끝까지 복음 전하며 제자 삼으라'는 말씀대로 행하는 것이죠. 선교에 대한 열정과 마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시니어 선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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