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 부도의 날>에서는 1997년 IMF 외환 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이들과 예비되지 않은 채로 무너져가는 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우리나라는 당시 외환이 부족해 경제가 파산하는 위기를 마주했다. 수많은 기업이 문을 닫고 직장인들이 갈 곳을 잃었다.

이후 정부와 국민들은 금 모으기 운동과 아나바다 운동을 펼치며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했고 4년 후 IMF(국제 통화 기금)으로부터 빌린 돈을 모두 갚고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 위기가 전조 없이 찾아온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 동안 경제발전이 이루어지면서 구조적인 문제들이 축적됐고, 폭발하게 된 것이다. 이 밖에도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수많은 위기들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 위기들을 극복하고 미래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
 
 ▲개인과 국가, 세계는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저자는 과거의 극복 사례를 통해 위기를 바라봄으로써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고집할 것과 바꿀 것을 가려내는 '선택적 변화'

세계적인 문화 인류학자이자 UCLA 지리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저서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택적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위기의 원인과 형태는 다양하지만 이를 지나는 과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때문에 현대 국가와 현 세계는 과거 위기에 처한 국가들의 역사적 사례를 분석하고 살펴봄으로써 이를 극복할 수 있는‘선택권’을 갖게 된다. 그는 "위기는 과거에도 국가를 곤경에 빠뜨렸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과거에 효과를 발휘한 변화와 그렇지 않았던 변화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라며 7개 국가의 위기와 극복 사례를 소개한다.
▲<대변동 위기,선택,변화>재레드다이아몬드 지음, 김영사
 

외부의 군사적 위협을 받은 핀란드와 일본, 경제적 혼란과 분열을 겪은 칠레와 인도네시아, 2차 세계대전 이후 위기를 겪은 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저출산과 양극화 등 현재 진행형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과 미국에 대해 분석하고 세계의 미래 과제를 짚어본다. 
 
처한 환경과 극복 방법은 각자 달랐지만, 이 국가들의 공통점은 냉철한 평가와 유연한 사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이다. 핀란드는 소련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민주주의 원칙을 포기하면서까지 소련과의 신뢰관계를 유지하며 유연하게 대응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전통 가치를 유지하며 선택적인 서구화를 이뤘고, 칠레와 인도네시아는 독재로 경제적 위기를 겪었지만 국가 정체성 강화와 시장친화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어내며 국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독일은 나치 정권의 리더십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이웃 국가들과의 화해를 핵심 과제로 삼으며 위기의 책임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일 국가의 과거 위기 극복 사례를 통해 우리는 세계에 임박한 위기를 바라보아야 한다. 저자는 전 세계가 안고 있는 네 가지 과제로 핵무기 폭발, 기후변화, 자원 고갈, 불평등을 꼽는다. 그러면서 세계화가 낳은 이러한 전 지구적인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타협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가별 협정과 세계 협정에서 어떤 선택이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저자는 범세계적 문제들을 타개하기 위해 그 답을 역사에서 찾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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