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한파가 무색하게 정치권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1호'이자 검찰개혁의 상징적 법안이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이 12월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을 가결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이를 강력히 반대해온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의원직 총사퇴라는 배수진을 치면서 정가의 한파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공수처 법안 통과는 지난 4월 29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지 8개월 만에 현실화됐다. 이로써 현행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실질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과 의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수사를 전담하게 될 공수처는 지난 1996년 참여연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안을 입법 청원한 지 23년 만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공약으로 내건 지 17년 만에 입법화가 이뤄진 것이다.

다만 공수처를 '친문(친문재인) 보위부'로 부르며 공수처 법안에 강력 반대했던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하면서 내년 4월 총선까지 정국은 꽁꽁 얼어붙을 전망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공동으로 마련한 공수처 법안 수정안을 자유한국당이 퇴장한 가운데 가결 처리했다. 법안은 재석 177명 중 찬성 160명, 반대 14명, 기권 3명으로 의결됐다.

4+1 법안에 앞서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제출한 또 다른 수정안이 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됐다.

이날 통과한 공수처 법안은 고위공직자 범죄 전담 수사 기구인 공수처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무직 공무원,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이며. 이 중 검사, 판사, 경찰에 대해서는 직접 기소할 수 있다.

공수처장은 추천위원회 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택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공수처는 처장·차장을 포함해 특별검사 25명 및 특별수사관으로 구성된다.

법안에는 공수처장이 다른 수사기관에서 같은 사건에 대한 중복 수사가 발생했을 경우 필요하면 해당 기관에 요청해 사건을 이첩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수처 업무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는 '직거래 금지' 조항이 포함됐다.

공수처는 법률 공포, 시행 준비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약 6개월 후인 내년 7월께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본회의 표결이 진행된 30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한국당은 '무기명 투표방식'이 부결되자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한국당은 본회의 예정 시간인 이날 오후 6시께 의장석 주변에서 농성하면서 법안 통과 저지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 때처럼 문희상 국회의장의 의장석 진입 저지를 시도했다. 그러나 문 의장이 이날 오후 6시에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고 국회 경위들이 의장석 진입로를 확보하면서 한국당의 시도는 불발됐다.

한국당은 무기명 투표를 통한 막판 반전도 노렸으나, 법안 투표 방법 변경도 수적 열세로 좌절됐다.

한국당은 이후 고성을 지르면서 회의 진행에 강하게 항의하다 공수처 법안이 표결에 들어갈 때는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했다.

한국당의 퇴장으로 공수처 법안 표결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민주당을 비롯한 4+1 협의체는 법안 통과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공수처 법안의 국회 통과는 검찰개혁과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가를 향한 역사적 진전의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검찰 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내년도 예산안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이어 이날 공수처 법안까지 4+1 협의체가 강행 처리하자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하면서 강력히 반발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예산안 불법 날치기, 선거법 불법 날치기에 이어 3번째로 날치기가 이뤄진 데 대해 의원들 모두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다"며 "분노를 한데 모아 의원직 사퇴를 결의해야 한다는데 이르렀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일단 의원들의 사퇴서를 제출받은 뒤 사퇴서 처리 문제를 당 지도부 차원에서 논의키로 했다. 아울러 장외투쟁 등 다각적인 대여 투쟁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개로 공수처법을 위헌으로 규정하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여야의 끝없는 대치가 이어지면서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인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도 4+1 차원에서 내년 1월 초에 강행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민주당은 한국당이 검경수사권 조정에는 반대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이날 바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올리지 않고 속도 조절에 나섰다.

한국당이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하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저지를 하지 않거나 막판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민주당은 내년 1월 3일 내지 6일께 본회의를 다시 소집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2020년도 무역보험계약 체결 한도에 대한 동의안' 등 내년도 예산안 운용과 관련해 정부가 제출한 동의안 3건도 함께 처리됐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 및 관련 동의안, 예산부수법안이 모두 국회를 통과했다. 다만 '유치원 3법', '데이터 3법' 등 주요 민생·경제 법안의 연내 처리는 불발됐다.

특히 패스트트랙 법안이기도 한 유치원 3법은 이날 본회의 안건에 포함됐으나 상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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