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한국전쟁 70주년이 되는 해다. 3·1운동 100주년이었던 지난해에 이어 '평화'를 향한 국민적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다. 양극화된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사회와 교회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본지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뼈아픈 현실을 마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특별대담을 준비했다. 대담에는 정주채 목사(향상교회 은퇴),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송준기 목사(웨이처치)가 참여했다.
 
 ▲왼쪽부터 정주채 목사(향상교회 은퇴),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송준기 목사(웨이처치) ⓒ데일리굿뉴스

Q. 지금의 한국사회를 가리켜 '초갈등사회'라고 한다. 세대, 이념, 지역, 계층 간의 갈등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시대, 한국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주채 목사(이하 정): 지금처럼 갈등이 심한 때는 없었던 것 같다. 모두 눈을 감은 듯 극단으로 달려가며 부딪히고 있다. 지금은 교회가 성경이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는 보편적인 절대가치를 확인하고 지키는 일에 힘을 모을 때다. 절대가치는 생명, 인권, 자유며, 이를 지키고 추구하는 방법은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따르는 것이다. 위기의 때는 항상 진리를 찾고 정로를 따라 걸어야 한다.
 
조성돈 교수(이하 조): 교회처럼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곳이 없다. 교회가 이상적인 모습을 이 사회에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교회가 오히려 이 사회 갈등을 압축해서 갖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것이 다양성이라면 좋겠다. 서로를 받아들이고 용납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담을 허시는 그리스도의 사역이 우리 가운데 먼저 일어나서 새로운 모델을 이 사회에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송준기 교수(이하 송):
어둠에 가장 효과적인 대처는 빛을 밝히는 것이다. 예수님이 빛이시다. 그분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것을 붙잡은 이들의 모임이 교회다. 우리는 예수님을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른다”(롬 10:10). '마음'은 존재의 집이다. 내 언행의 중심에 예수님이 계시도록 한다. 또한 '입'은 능력이다. 어둠을 빛으로 바꾸는 창조의 능력이 우리 입술에 있다. 가장 강력한, 생명의 능력이 예수님의 이름에 있다(빌 2:9). 교회는 모든 드러난 문제들의 드러나지 않은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Q. 이와 관련해 일부 목회자들의 정치적인 발언이 문제가 됐다. 현 정권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에 많은 성도가 동참했다. 교회의 정치 참여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논쟁도 뜨거웠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 정부가 잘못할 때 국민들이 나서고 행동하는 것은 당연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런데 교계 상황이 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과거 주로 진보적인 기독인들이 나서 민주화를 이루는데 기여했다면, 지금은 보수적인 기독인들이 나서고 있다. 지금 광화문에서는 기독인들이 중심이 되어 매주 빠짐없이 집회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극단적인 막말과 욕설 등은 기독인들이 해야 할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독인다운 자세와 행동은 지키며 성숙한 집회문화로 세상을 이끌어야 한다. 극단적인 주장은 대다수 국민들이 외면할 수도 있다.
 
조: 정치는 민의를 수렴하고 뜻을 모아서 국가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보면 정치가 오히려 국민들 보고 대신 정치를 해달라고하는 것 같다. 대의정치가 아니라 군중정치를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치를 한다는 것이 군중을 선동하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주장을 보면 너무 과격하고 거짓이 난무한다. 이 가운데 목회자가 끼어서 선동가가 되었다. 부끄러울 뿐이다.
 
송: 정치 참여를 위해서는 정견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면 이런 질문이 가능해진다. "교회가 가져야 하는 정견이란 무엇인가?" 노예제도를 예로 들면, 사도바울은 찬성도 반대도 안 했다. 다만, 양쪽 모두에게 복음을 강조했다(벧전 2:16, 고전 7:22). 즉 교회는 정견 논쟁도 복음을 전하는 도구로 쓰려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교회와 목사는 모든 정치의 가장 뿌리를 이루는 철학과, 그 철학의 뿌리를 이루는 마음과, 그 마음의 기초가 되는 영혼의 문제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 또 모든 보이는 것들의 이면에 숨어있는 진짜 문제들에 대해 소리를 높여야 한다.
 
Q. 이에 GOODTV는 갈등과 반목이 계속되는 국가적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국민대화합 캠페인 '사랑과 평화를 위한 릴레이 기도회'를 진행한다. 나라가 혼란스러울수록 교회가 사랑과 평화를 위해 기도의 힘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다. 범 교단적으로 진행하는 캠페인인 만큼 많은 교회가 동참하길 기대하고 있다.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면.
 
정: 많은 기독인이 하나님께 기도하고 바라기보다 통치자나 정치인들을 더 기대하며 바란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보면 많은 기적이 있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다. 지금같이 어렵고 혼란스러울 때 우리는 파수꾼처럼 망루에 올라가서 기도해야 한다. 모든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바라며 기도해야 하겠다. 과거 많은 기독인이 삼각산에서 밤을 지새우며 구국을 위해 기도했었는데 그때가 새삼 돌아봐 진다. GOOD TV가 진행하는 기도회에 많은 교회가 호응하여 모든 교회가 나라를 위한 기도운동을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
 
조: 정말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다. 사회가 교회에 기대하는 것은 기독교 정신인 사랑과 평화다. 우리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시기까지 순종하시며 우리에게 전해 주신 메시지도 결국 사랑과 평화다. 우리가 이 사회에 전할 메시지 역시 사랑과 평화다. 함께 모여 기도하고 서로를 사랑하고 세상에 평화를 전해야 한다. 그래서 이 사회에 교회가 희망이 되기를 바라고 이 일에 많은 교회가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송: "또 사역은 여러 가지나 모든 것을 모든 사람 가운데서 이루시는 하나님은 같으니"(고전 12:6). 한 하나님을 섬기는 것을 믿으며, 이렇게 릴레이 기도회를 기획하신 것을 함께 기뻐하고 축하드리고 응원합니다.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신" 예수님께서 우리의 기도에 신실하게 응답하실 것입니다.
 
Q.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정작 교회의 준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다음세대를 위해 투자하는 교회들은 있지만, 실버세대에 대해서는 관심도 지원도 대책도 많이 부족하다.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 교회가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고 봉사하며 투자해야 하겠지만, 사실 할 수 있는 일들은 한계가 좁다. 교회는 '모든 믿는 자들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인 복음'을 전하는 가장 우선적인 사명에 더 열심을 냈으면 한다. 복음은 인류를 위한 하나님의 최종적이고 완전한 대책이다. 노인들에게 구원과 내세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사는 것은 어떤 복지대책으로도 대처할 수 없는 일이다.
 
조: 한국사회가 2017년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교회는 14%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령인구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교회에 수십 년 동안 봉사해 왔다. 요즘은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헌신을 하신 분들이다. 교회가 공동체이고 가족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교회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분들을 어떻게 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송: 한마디로 답하자면, "복음의 수요에 대한 대처를 언제 하고 있는가"이다. 교회만 줄 수 있는 것, 세상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예수님을 전하는 것이다. "가르쳐 지키게" 하는 일이다(마 28:19-20). 고령화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이다. 노령화 문제도 지금 대처해야 한다. 행동하며 분석해도 늦지 않다. 서울시에만 전국 65세 이상 연령층 인구의 약 17%가 몰려 살고 있다. 오늘 우리는 그들의 복음 필요에 답할 수 있다. (다음 편에 이어서)                 
 
정리 천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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