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행위를 한 가족의 절반은 '집행유예' 판결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제공=연합뉴스)

아동학대 행위를 한 가족의 절반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아동학대 재발 가능성을 따져 가해자와 피해 아동을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1일 서울 용산구 한국보육진흥원에서 열린 '제6회 아동학대 예방 공개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아동학대 사건 판결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건 185건 가운데 어린이집 등 시설 종사자에 학대는 94건, 친부·친모·계부·계모에 의한 학대는 88건이었다. 이 가운데 친부모에 의한 학대율은 34%로 집계됐다.

특히 가족이 가해자로 기소된 88건 중 무죄는 5건(5.7%), 유죄는 83건(94.3%)이었고, 그중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건은 절반에 가까운 42건(47.7%)으로 나타났다. 가족이 자녀들을 학대해도 절반 가까이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셈이다.

아동학대 사건 가운데 동종 전과가 있는 피의자가 재범행을 저지른 사건은 17건(19.3%)이었다. 이와 함께 살인·살인미수·학대치사 사건은 16건(18.2%)으로, 이들 사건에서는 집행유예 선고가 없었다. 성범죄 사건은 11건(12.5%)이었고, 이 중 3건(27.3%)은 집행유예였다.

집행유예 판결 사유를 보면, 생계 부양 필요(20건), 훈육 목적의 학대(13건), 보호 공백(12건) 등이었다.

이 교수는 "피해자의 생명 손실이 있지 않은 경우 대부분 집행유예 선고가 나온다"며 "피해 아동과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80∼120시간 교육 이수만으로 아동학대의 재발가능성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명령과 친권 제한이 필요하지만 위험성 평가 절차가 부재하다"며 "피해아동에 대한 '원가정보호의 원칙(아동복지법 제4조 제3항)'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아동학대의 재발 가능성을 철저히 따져 학대 행위자를 아동으로부터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아동 보호명령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지난해부터 시행된 제도로, 학대 피해 아동이 경찰 등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보호를 요청하는 제도다. 청구권자는 피해자나 법정대리인, 변호사,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 등이며, 판사는 직권으로 보호명령을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미국 텍사스처럼 아동학대 수위에 따른 사건 처리 절차를 상세히 설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할 필요가 있다"며 "아동보호전문기관과 법원이 수시로 협력해 위험요소를 발견하고 사건 처리 수위를 유동적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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