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침잠에서 일어날 때, 알람 소리를 듣고 한 번에 일어나는가. ‘5분만, 10분만 더’를 되뇌다가 기상 시간을 더는 미루면 안 될 때까지 미루는 것은 아닌지 묻는 것이다. 날마다 커피를 한 잔 마셔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거나 최근 체중, 허리둘레가 늘어났다면 당신의 수면 상태가 안녕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인생의 3분의 1을 잠을 자며 보낸다. 수면 활동은 매우 비생산적으로 보일 수 있다. 사회활동을 하고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등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잠을 잔다. 모든 생물이 잠을 잔다는 것은 피해를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의 엄청난 혜택이 존재함을 의미하는 것이 분명하다.

적어도 잠을 푹 잔다고 해서 우리가 생물학적 혜택에서 전혀 제외되지 않는다는 것이 수많은 연구 결과가 한결같이 말하는 바다. 오히려 우리가 잠을 자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럼에도 인간은 일부러 자신의 수면 시간을 줄이는 유일한 종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잠에 관한 이야기를 과학전 근거와 쉬운 설명으로 풀어냈다. 이 책의 저자인 신경과학자 매슈 워커 교수(미국 버클리대학교)의 주장은 명확하다. 저자는 “우리는 인생의 3분의 1을 완벽하게 활용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수면의 시간이 짧아지면, 수명도 짧아진다”며 “수면 부족 현상은 ‘느린 형태의 자기 안락사’”라고 표현했다.
 
 ▲신경과학자 매슈 워커 교수는 수면 부족 현상을 '느린 형태의 자기 안락사'라고 강조한다.(사진제공=연합뉴스)

평소 잠을 충분히 자고 있는지 두 가지를 묻겠다. 첫째, 아침에 일어난 뒤 오전 10시나 11시에 다시 잠이 들 수 있는가? ‘그렇다’고 한다면 지난 밤 수면의 양이나 질이 미흡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정오가 되기 전에 카페인 없이도 좋은 컨디션으로 몸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가? ‘아니요’라며 커피 한 잔 들이켜고 있다면 만성 수면 부족 상태에서 자가 처방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이 잠을 제대로 못 잘 경우 받는 피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 세계보건기구(WTO)는 수면 부족을 선진국 전체의 유행병으로 선언한 바 있다. 미국, 영국, 한국, 일본 등은 지난 세기 수면 시간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잠이 부족할 때 생기는 몸의 질병과 정신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의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나라들이기도 하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먼저 우리 몸의 면역계가 손상된다. 암에 걸릴 위험성은 두 배 증가하고 알츠하이머병과 당뇨병의 전조 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 변화가 몸속에서 일어난다. 심혈관 질환, 뇌졸중, 울혈성 심장 기능 상실이 일어난다. 잠을 설치면 우울, 불안, 자살을 비롯한 주요 정신 질환 증상들이 심해진다.

하루 5~6시간만 자도 충분하다는 말들은 기존에도 많았다. 특히나 한국은 잠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라고 강요하는 사회다. 학생은 물론 성인이 돼서도 현대인의 기본 소양을 갖추고 게으름과 의지박약이라는 낙인으로 탈피하기 위해서 수면 시간을 줄여왔다. 

저자는 "4시간 자거나 아예 안자는 사람보다 여섯 시간 자는 사람이 더 우려된다"고 말한다. '4시간 수면'이나 밤샘은 어쩌다 한 번이지만 '6시간 수면'은 많은 이들에게 매일 반복되는 패턴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만성 수면 부족 상태란 자각이 없어서 더 위험하다.

데이비드 딩어스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의 실험에 따르면 열흘간 하루 여섯 시간만 잠을 잔 사람들은 24시간 잠을 안 잔 사람들에 맞먹는 수준으로 주의력과 집중력에 지장이 생겼다. 여섯 시간만 자고도 뇌 기능에 지장을 받지 않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이들은 유전적 돌연변이들이며 인구의 1%에도 못 미친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매슈워커 지음 /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 512쪽 / 2만 원 ⓒ데일리굿뉴스

잠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생각보다 값지다. 인간은 충분한 잠을 잠으로써 강화된 기억력과 높은 창의력을 얻을 수 있다. 몸매를 더 날씬하게 유지하고, 식욕도 줄여 준다. 암과 치매를 예방하고 감기와 독감도 막아 준다. 심장 마비와 뇌졸중, 당뇨병 위험이 줄어든다. 행복한 기분이 고양되고 우울하고 불안한 기분이 사라진다.

저자는 우리가 하루에 8시간 이상은 충분히 잠을 자라고 말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던지는 모든 질문은 우리가 잠을 자야만 하는 이유를 완벽하게 설명해 준다. 이 책은 명료하면서 흥미진진하고 이해하기 쉽게 쓰였다. 이 책은 수면과 잠에 관한 독자의 이해와 인식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다. 하루의 3분의 1을 완벽하게 활용하는 것이 인생의 남은 3분의 2를 가장 효율적이고 완벽하게 활용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책과 함께 잠을 권하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독자가 이 책을 읽다가 졸음이 와서 잠에 빠져든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전혀 기분이 상하지 않을 것이다. 정반대로, 기뻐할 것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