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찬양이 있다. 우리에겐 '꽃들도'로 알려진 일본 찬양 '花も'(하나모)다. '하나모'는 일본 삿포로에 있는 메빅(MEBIG)교회의 우치코시 츠요시 목사가 만든 어린이 찬양으로 2003년 발표된 곡이다. 일본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찬양을 발굴해 일본과 한국에 알린 한국인이 있다. 찬양사역자 이준석 선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요즘, 한일 교회를 이어갈 제2의 '하나모'를 꿈꾸며 일본을 품고 있는 이 선교사를 만났다.
 
 ▲본지와 인터뷰 중인 이준석 선교사 ⓒ데일리굿뉴스
 
그토록 싫어하던 일본을 간절히 품다

"'하나모'를 듣는 순간 큰 감동을 받았어요. 언젠가 일본어 앨범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이 찬양을 발표해서 일본 교회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준석 선교사(39)는 '하나모'를 듣던 첫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이 선교사가 처음 '하나모'를 듣게 된 건 2007년 선교훈련을 받기 위해 찾은 일본에서였다. 당시 찬양사역자의 꿈을 내려놓고 교회 선배를 쫓아 도망치듯 찾은 땅에서, 오히려 찬양을 통해 큰 위로와 감동을 얻었다.
 
단순히 '하나모' 선율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찬양을 부를수록 노랫말이 이 선교사의 마음에 와닿았다. "혼자인 것 같지만 혼자가 아니다"라는 일본 성도들의 신앙고백 같았고, 그 고백은 이 선교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저는 가족 중에 혼자 신앙생활을 하면서 한국에서 성도들이 일반적으로 겪지 못할 일들을 많이 겪었어요. 그런데 일본 성도들에겐 가족, 친구와 관계가 끊기고 쫓겨나는 일들이 당연한 거예요. 과거 유례가 없을 정도로 잔혹한 탄압이 있었기 때문에, 몇백 년이 지난 지금도 교회에 나간다고 하면 죽거나 집안에 우환이 생긴다는 인식이 아주 뿌리 깊어요."
 
이 선교사는 일본 성도의 모습을 보며 자신을 떠올렸다. 무속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가 선교사로서 신앙생활을 지키기까진 무수히 많은 고난과 핍박이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아픔은 가족과의 마찰이었다. 심지어 결혼식도 혼자 치러야 했다.
 
그런 이 선교사에게 1년 동안의 선교훈련은 회복의 시간이 됐다.  좋은 선교사를 만나 훈련을 받게 됐고, 일본 교회에 출석하게 됐다. 비록 일본말을 몰랐지만 일본 성도들과 함께 신앙생활 하면서 교제의 즐거움도 알게 됐다.
 
어느새 이 선교사의 마음엔 일본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그렇게 싫어하는 일본에 와서 이렇게 큰 은혜를 받았으니 일본 교회와 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찬양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기도했다.
 
2008년 선교훈련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이 선교사의 일본을 향한 기도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틈틈이 단기선교로 일본을 방문하거나 일본복음선교회 협력간사로 섬기는 등 일본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4년이 지난 2012년 가을, 일본 목사에게서 반가운 연락이 왔다. 가스펠 그룹 NCM2 콰이어의 오디션을 볼 수 있겠냐는 제의였다. NCM2 콰이어는 결성된 지 33년 된 그룹으로 전 멤버가 일본계 미국인으로 구성돼있었다.
 
"오디션을 보러 NCM2 콰이어 사무실이 있는 미국 LA로 갔죠. 멤버들이 진짜 올 줄 몰랐다며 놀라더라고요. 그때 오디션에서 그토록 바라던 '하나모'를 불렀어요. 멤버들이 처음 듣는 찬양인데 너무 좋다며 바로 앨범으로 만들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2013년 봄, '하나모'가 수록된 앨범이 일본에서 발매됐다. 유튜브에 올린 뮤직비디오는 조회 수가 수십만 회를 넘겼다. 일본 성도들도 몰랐던 찬양이 일본 교회에서 불렸고, 2017년에는 제이워십, 마커스워십 등 찬양단체들이 번역·발표하면서 한국 교회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이준석 선교사가 소록도 북성교회에서 찬양을 드리고 있다.ⓒ데일리굿뉴스
                                                                                                                                      
한국과 일본, 주님의 사랑 증거돼야
 
일본의 복음화율은 1%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개신교 프로테스탄트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인구가 지난해 70만 명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영적 불모지와 다름없는 것.
 
불모지 같은 일본 땅을 복음의 씨앗으로 개척하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한국 선교사들이 있다. 이 선교사는 한국 선교사들이 일본과의 협력을 끊는다면 일본 교회는 존립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추측했다.
 
"현재 일본 교회는 7,000개가 조금 넘어요. 이중 무목교회가 1,000개 이상이에요. 그런데 일본에 등록된 한국 선교사님 수는 1,500여 명이에요. 여기에 재일동포나 등록하지 않은 선교사까지 헤아리면 2,000여 명이 훨씬 넘어요. 어마어마한 숫자인 거예요."
 
그러나 최근 한일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일본 내 한국 선교사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선교사는 오히려 지금 같은 갈등과 위기가 "하나님의 사랑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일본에 계신 선교사님들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장로님이나 성도들이 한국으로 떠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셨다더군요. 또 한 일본 선교사님께서는 일본에 어떤 일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발 벗고 도움을 줄 곳은 한국교회밖에 없다며 늘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 선교사는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하나모'가 한국에서 '꽃들도'로 불려지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한국과 일본 교회가 하나의 교회로 주님을 찬양하는 것을 너무도 기뻐하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큰 고난과 어려운 관계 속에서도 그걸 다 뛰어넘고 한국과 일본교회가 먼저 서로 하나 되는 것이 전 세계에 하나님의 사랑을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이 메시지는 한국과 일본만이 전할 수 있고요."
 
이 선교사는 내년 3월 일본 니가타현 가시와자키시의 니가타타성서학원에 진학하기로 지난 6월 결정했다. 아내, 두 자녀도 함께 일본으로 이주할 계획이다. 결정 후 한일 무역 갈등이 생기면서 잠시 고민도 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할 일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처럼 일본 교단에서 신학을 한 케이스가 많진 않아요. 제가 가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 저와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분들이 조금은 힘을 얻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한일 관계도 점점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요. 잘 열매 맺을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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