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인구가 많은 중남미 지역에서 개신교가 점점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모랄레스 퇴진 시위를 주도한 야권 지도자 카마초가 시위 도중 기도하고 있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

중남미서 개신교 영향력 커져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복음주의 개신교가 중남미에서 권력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며 개신교의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이 커졌다고 전했다.
 
엘우니베르살은 중남미 제휴 일간지들과의 협업을 통해 각국 복음주의 개신교 단체 등의 현황을 조사한 뒤 이들 단체가 수년에 걸쳐 자신들의 네트워크와 어젠다를 강화해 왔다고 보도했다.
 
최근 BBC 스페인어판도 '개신교는 어떻게 중남미 정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을까'라는 기사에서 개신교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조명했다.
 
중남미는 전통적으로 가톨릭 영향력이 큰 지역이다.
 
퓨리서치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1900∼1960년대엔 중남미 인구의 94%가 가톨릭 신자였다. 그러나 가톨릭 인구는 급격히 줄었다. 2014년 퓨리서치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84%가 자신이 가톨릭 가정에서 자랐다고 답했지만, 자신이 가톨릭 신자라고 말한 사람은 69%에 그쳤다.
 
반면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의 비율은 19%로 늘었다.
 
정치적 영향력도 확대

신도 규모의 증가보다 더 두드러진 것은 정치적 영향력의 확대다. 대표적인 사례가 브라질이다.
 
지난 1월 취임한 브라질의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로 알려졌지만 부인과 일부 자녀는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이며, 개신교 단체가 그의 주요 지지기반이다. 마르셀루 크리벨라 리우데자네이루 시장은 개신교 성직자 출신이며, 개신교 단체가 주요 미디어 역시 소유하고 있다.
 
BBC는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의 퇴진 과정에서도 개신교의 영향력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모랄레스 퇴진 시위를 주도한 시민 지도자 루이스 페르난도 카마초는 가톨릭 신자지만 보수 가톨릭은 물론 복음주의 기독교 지도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었다.
 
미국 역사학자 앤드루 체스넛은 BBC에 "볼리비아는 인구의 70%가 가톨릭이지만 모랄레스 퇴진에선 개신교의 영향력이 컸다"며 "카마초도 보우소나루와 비슷하다. 가톨릭이지만 (개신교 교파인) 오순절주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멕시코에서도 개신교 단체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 대통령의 지지기반 중 하나였다. 베네수엘라에선 개신교 목사인 하비에르 베르투치가 지난해 대선에 출마해 10% 넘는 표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중남미에서 개신교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두고 체스넛은 가톨릭의 경우 보수부터 진보까지 성향이 다양한 데 반해 복음주의 개신교는 상대적으로 정치 성향이 동일하다는 점을 그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그만큼 세력 결집이 쉽다는 것이다.
 
아울러 낙태나 동성애 반대 등으로 중산층 이상 보수층의 공감을 얻어내는 한편 소외계층 지원에도 나서는 점도 개신교 세력이 커진 요인이라고 체스넛은 분석했다.
 
BBC는 다만 중남미에서 개신교의 성장과 더불어 종교가 없는 이들도 빠르게 늘어났다는 점을 지적하며, 상반된 두 세력 중 어느 쪽이 향후 중남미 정치에 더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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