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식당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남녀 출입구와 자리를 따로 두도록 하는 규정을 폐지했다. 사우디에선 대다수 식당과 카페에 남녀용 출입구가 따로 있었다. 자리도 혼자 왔거나 남성 가족과 함께 온 여성을 위한 '가족석'과 남성만을 위한 '싱글석'으로 구분돼있다.
 
 ▲지난 8월 개업한 사우디아라비아 코바르의 카페에 남녀 고객이 함께 앉아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의무화 조항 삭제…문화 영향력 때문에 즉각 해소는 난망
 
AP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지방행정부는 성명을 통해 식당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남녀 출입구와 자리를 따로 두도록 하는 규정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 모두 이슬람 율법 해석에 따라 가족이 아닌 남녀가 공공장소에서 마주할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규모가 작아서 출입구와 좌석을 분리하지 못하는 시설에선 아예 여성 출입을 금지하기도 한다.
 
지방행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공공장소에서 남녀 분리를 이처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것을 막는다는 게 골자다.
 
지방행정부는 남녀 분리를 금지한다고 명시하지는 않아 남녀 출입구와 자리를 따로 놓는 시설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날 조치 목적은 투자를 촉진하고 기업활동 기회를 확대하는 데 있다고 지방행정부는 밝혔다.
 
이번 시책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끄는 일련의 사회개혁 정책의 일환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석유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자국 경제를 다변화하기 위한 산업구조 개혁을 자신의 정통성을 뒷받침할 미래비전으로 선포했다.
 
외국인 투자 유치는 이 같은 경제체질 개선에 필수이지만 고질적인 남녀차별 제도와 인권 침해는 여성 인력과 시장을 차단하고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주도로 사우디는 지난해 여성의 축구장 입장과 운전을 허용했고, 올해 8월에는 여성이 해외로 출국할 때 남성 보호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마흐람 제도의 일부를 폐지하기도 했다.
 
사우디 지방행정부는 학교, 상점, 스포츠센터 등 시설과 관련된 여러 규정을 발표하며 그 가운데 하나로 공공장소 남녀격리책 폐지를 발표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