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학교의 쇠퇴

최근 한국 교회에서 주일학교가 점차 사라지고 있어 비상
▲정재영 교수ⓒ데일리굿뉴스
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것이 어제 오늘의 현상은 아니지만 주일학교는 감소를 넘어 해체로 치닫고 있다.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규모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2010년부터 주요 교단이 총회에 보고하는 교세 현황은 주일학교 해체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중고등부가 없는 교회 48%, 중등부가 없는 교회 47%, 초등부가 없는 교회 47%, 유년부가 없는 교회 47%, 유치부가 없는 교회 57%, 유아부가 없는 교회 97.4%, 영아부가 없는 교회가 78.5%에 이른다.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교회에 중고등부와 유초등부가 없는 형편이다. 다른 교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5년 인구센서스에서 우리나라 10대의 종교 구성비에서 개신교가 22.1%가 나온 것을 보면 비율 면에서 개신교 청소년 수가 적은 것이 아니라 저출산으로 인해 청소년 인구 자체가 줄어든 것이 큰 원인이라 여겨진다. 10년 전에 비해 10대 개신교 인구가 7.1%, 10세 미만이 17.3% 줄어든 것이 이를 말해준다. 또한 교회 규모가 교인 수 50명 이하의 작은 교회의 경우에 주일학교를 따로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교인 수 100명 이하의 소형 교회가 전체 교회에서 대략 70% 정도를 차지하고 그 중에서 50명 이하의 교회가 또한 70% 정도를 차지한다고 추정한다면 전체 교회에서 약 절반 정도의 교회에 주일학교가 없다는 것은 어느 정도 예측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주일학교를 늘리는 것은 출산율 증가와 같은 외부 요인이 작용하고 있으므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이 직접적인 대책이 되지는 않겠으나 교회마다 교회 학교 교사 지원도 줄고 있고 그나마 운영되고 있는 주일학교도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청소년들의 신앙생활에 큰 유익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현재 교회 중고등부를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기독 청소년들이 신앙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가 공동으로 기독 청소년들의 인식 조사를 실시하였다. 기독 청소년에 대한 실증 조사가 거의 없는 데다가 기존의 조사가 실태 파악 위주로 이루어져서 교회나 교회 중고등부에 대한 이들의 인식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는 어른들의 관점이 아니라 청소년의 관점에서 교회와 중고등부에 대한 평가를 하도록 함으로써 교회 학교 운영에 기초 자료로 삼고자 하였고, 중고등부 예배가 없어서 어른 예배를 드리는 경우와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청소년들의 인식도 파악하여 기독 청소년들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를 갖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청소년 사역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족 종교화 되는 기독교

이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특징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모태신앙 50.8%를 포함하여 초등학교 이전에 교회에 출석하는 비율이 70%에 이른다는 결과는 어렸을 때부터 신앙생활을 해서 정착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중고등학생 때 교회에 출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뜻이다. 특히 교회에 출석한 계기는 70% 정도가 부모를 따라서 왔다고 응답하여 비기독교인 가정에서 교회에 출석하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현재 교회에 다니는 이유에 대해서도 예배나 설교가 아니라 가족을 따라서 다닌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는 점에서 가족 종교화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기독교가 끼리끼리의 종교로 전락할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여러 항목에서 부모가 모두 교회 출석할 경우에 신앙의 영향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었고, 부모 모두 비기독교인인 경우에는 교회에 계속 다닐 의향도 상대적으로 낮게 나와서 기독교 가정이 아닌 학생들에 대해 보다 큰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부모 중 한분만 교회에 다니는 경우에 가정 안에서 교회에 나가고 신앙 안에서 양육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신앙생활에 대해 더 강요받는다는 느낌을 받고 있고 교회에 대한 이미지도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나안 성도들에 대한 기존 연구에서 신앙의 강요가 교회를 떠나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자녀의 신앙 교육에서 보다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기독 청소년들이 신앙성장에 가장 도움을 받는 것은 예배/설교라고 했지만, 학생예배에 대한 만족도는 51.2%로 높지 않았다. 어른 예배에 드리는 경우보다 오히려 낮게 나왔다는 점에서 학생 예배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공과공부에는 70% 정도만 참석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만족한다는 응답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여 학생 예배를 드리는 청소년들 중에 3분의 1 정도만 공과공부를 의미 있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공과공부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지도 목회자에 만족도가 비교적 낮게 나온 것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가장 모범이 되고 영향을 받는 인물은 부모였고, 특히 어머니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나서 부모에 대한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다음으로, 경제 수준이 높을수록 아버지가 기독교이 비율과 부모 모두 기독교인 비율이 많아진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이것은 경제 수준이 낮을 경우에는 아버지가 신앙생활을 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 수준이 낮을수록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 많고 특히 자영업자들의 경우 휴식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영업에 매달려야 하는 실정이므로 종교 활동에 시간을 할애하기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또한 경제 수준이 상층인 학생들과 기독교인 부모를 둔 학생이 상대적으로 삶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 결과로 볼 때 경제 수준이 낮고 그래서 부모 모두 교회에 나오기 어려운 경우에 자녀가 교회에 나오기도 쉽지 않고 삶의 만족도 낮은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 수준이 낮은 경우 신앙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하여 경제 수준이 낮은 청소년들이 신앙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 밖 청소년에 관심 가져야

이 조사에서는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이른바 가나안 청소년들의 대해서도 조사했는데, 이 경우 역시 부모의 신앙 여부가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모두 비기독교인이거나 모두 교회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신앙에 대해서 본격적인 관심이 생길 시기인 중학교 때 교회를 떠나는 경우가 많았으며 교회를 떠난 이유도 교회 출석의 의미를 느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것으로 나와서 이 시기에 신앙이 잘 정립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중에 절반은 여전히 분명한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4명 중 3명은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으며 10명 중 6명은 교회에 다시 출석하고자 하는 의향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와서 이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본래 주일학교가 교회에 출석하는 아이들을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니라 산업혁명기의 영국에서 서민 자제, 특히 노동하는 아동을 대상으로, 일요일에 학교를 개설하여 무상교육을 실시했던 자선교육 기관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에는 제도화가 되어서 교회 안에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신앙 교육을 하고 이들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이번 조사 결과처럼 교회 청소년들이 대부분 기독교 가정의 자녀들인 상황에서 교회 밖 청소년들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구체적인 사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경제 수준이 높고 안정된 부모를 둔 자녀들이 교회에 더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교회가 저소득층의 청소년들, 이른바 위기 청소년들을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소년들에 대한 교회의 사역이 교회 안 청소년들을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서 교회 밖 청소년들에 대한 선교적 차원의 다양한 사역들이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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