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칼럼] 선교사와 김치

정용구 선교사 (예장 통합 세계선교부)

등록일:2019-12-06 10: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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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다가오면서 한국에서는 김치를 대량으로 만드는 ‘김장’이라는 특별한 풍경들을 접하게 된다.

한국에서의 김장은 오랫동안 먹을 김치를 맛있게 만드는데 목표를 두지만, 선교지에서의 김장은 ‘김치’ 그 자체를 만드는 것에 목표일 때가 많다. 왜냐하면 선교지에서 제대로 된 김치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다. 외국에서 이러한 재료를 구해서 한국의 김치 맛을 완벽하게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각 나라마다 김치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있다.

필자가 사역했던 지역에서는 배추를 구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배추를 절이기 위한 굵은 소금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한국에서 가져 오는 것도 무게가 많이 나가 다른 것을 두고 소금을 가져오기가 쉽지 않다.

결국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가는 소금을 구해 물에 녹여 그 물로 배추를 절인다. 또 하나 넘어야 되는 산이 있다. 배추를 씻어야 하는데 석회가 많이 포함된 선교현지의 물은 수질오염 때문에 결국 마지막 해금(헹굼) 과정에는 정수기의 물을 사용하거나, 구입한 물로 해금을 한다.

특별히 더운 날씨에는 김치를 보관하기 어려워 한국에서 컨테이너로 김치 냉장고를 받거나, 한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 냉장고를 보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렵게 김장을 해서 김치냉장고에 저장해 놔도,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정전이 되는 바람에 더운 날씨에 모든 김치가 썩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해외에도 많은 물자공급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해외에 있는 한인들에게 김치는 귀중한 음식이다. 그래서 한인들이나 선교사들이 현지에서 조달된 재료로 현지식으로 김장을 하고, 많지 않은 양이지만 한인들끼리 김치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 어떤 선물보다도 큰 선물이 바로 김치다. 이것도 배추가 있거나 식재료가 있는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한국식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서 김치에 대해서 생각조차 못하는 지역이 더 많다. 그런 지역은 말이 김치이지, 한국에서의 김치와는 모양과 맛이 아주 다르다.

한국에서는 흔하게 먹던 김치로 김치찌개, 김치전, 김치만두 등 많은 김치요리들을 접한다. 따라서 김치가 귀중하다는 것을 제대로 몰랐지만, 선교지를 경험하고 오니 그 귀중함을 알게 됐다. 또 음식을 귀하게 여기고 더욱 감사함으로 음식을 대하고 있다.

선교사는 현지에 가면 현지 음식만 먹고, 현지인처럼 살아야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선교사도 김치가 그리울 때가 있다. 거기에다 오랫동안 먹었던 음식에 대한 체질이 있어서 잘 먹어야 건강하게 선교를 잘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점점 김장을 하지 않고 구입해서 먹는 가정이 늘고 있다. 많은 먹거리들로 인해 김치는 외면을 받을지 모르지만, 아직 해외에서는 한인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한국의 대표적인 먹거리의 하나다.

혹시 해외선교 현지에서 선교사들의 가정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적은 양이라도 김치 선물을 한 번 준비해서 드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선교지를 방문해 주신 어머님과 장모님이 사랑하는 자녀를 위해 정성껏 김치를 담아서 선교지에 가져 오신 김치가 오랫동안 큰 위로가 된 경험 때문이다.

젓갈의 향내와 국산 고춧가루의 선명한 색깔, 그리고 적절하게 절여지고 익혀진 배추, 무엇보다도 선교지에서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는 자녀를 위해 노년의 나이에 그 힘든 김장을 홀로 하셨을 모습이 그려지니 그냥 김치와는 분명히 달랐다.

김장철마다 흔하게 담그고 먹는 김치이지만 그 김치도 지구의 다른 곳에서는 다르게 만들고, 다르게 먹는다. 한국과 다른 선교지에서 특별하게 김치를 접하는 선교사들을 함께 응원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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