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생산과정 전체에 소비자 직접 참여
기업들 ‘팬슈머’ 적극 활용해야

 
 ▲엑소(EXO)의 일본 투어 일정이 발표되자 미야기현(宮城?) 콘서트에 대해서 엑소 팬클럽 엑소엘이 반대하고 나섰다. 사진은 엑소 정규 6집 앨범 '옵세션'의 콘셉트 사진(왼쪽)과 엑소의 일본 미야기 콘서트에 반대하는 엑소엘의 성명서(오른쪽).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트위터)

“팔도비빔면 하나로는 부족해. 두 개 먹자니 배부르고 물려. 1.5개가 안 나오나”

한때 인터넷에서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보인 글이다. 심지어 2015년 만우절에는 '비빔면 1.5개'가 출시한다는 루머가 돌았다. 소비자들의 상품 출시 민원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자 기업이 응답했다. ㈜팔도는 ‘팔도비빔면 1.2개 한정판’에 이어 2017년 ‘팔도 한 개 반 봉지’를 정식 출시했다. 또한 비빔면 안에 액상스프를 따로 분류해 ‘팔도 만능 비빔장’도 출시하며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제품생산이라는 기업의 권한에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팬슈머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팬슈머란 ‘팬(fan)’과 ‘소비자(consumer)’가 결합한 합성어로 상품•브랜드 등의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코리아 2020>를 통해 다가오는 2020년도 10가지 트렌드 중에 하나로 팬슈머를 꼽았다. 이 책은 팬슈머를 “상품의 생애주기 전체에 직접 참여하는 소비자들, ‘내가 키웠다’는 뿌듯함에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구매하지만 동시에 간섭과 견제도 하는 신종소비자”라고 설명했다.

팬덤 문화가 가장 빠르게 자리잡은 연예계는 팬슈머의 역할이 가장 돋보인다. 2019년 엑소(EXO)의 일본 투어 일정이 발표되자 미야기현(宮城?) 콘서트에 대해서 엑소 팬클럽 엑소엘이 반대하고 나섰다. 미야기현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지점에서 130km 가까우며 방사능 피폭수치가 일본에서 2번째로 높기 때문이다.

엑소엘은 “아티스트는 물론 스태프와 관람객의 안전까지 우려되는 문제”라며 “소속사는 하루 빨리 콘서트 예정을 철회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소속사는 일정을 강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팬들의 요구에 고개를 숙인 회사도 있다. 지난해 그룹 마마무의 팬들은 아티스트의 무리한 일정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러자 해당 소속사는 팬들의 의견을 수렴해 콘서트를 연기한 바 있다.

팬슈머의 특징은 과거 좋아하는 대상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던 문화에서 성숙한 소비문화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EBS 연습생 펭수는 2019년 하반기 최고의 이슈다. 큰 인기와 함께 펭수의 굿즈(특정 브랜드나 연예인 등이 출시하는 기획상품)를 원하는 이가 많았지만 공식적인 굿즈 판매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자 일부 사람들은 저작권 없이 직접 굿즈를 제작해 판매했다. 팬들은 자체적인 검열과 신고를 통해 불법판매를 색출하고 정식적인 발매만을 요청하고 있다. 이내 교육방송은 연말에 공식 굿즈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소비자가 생산 과정에 관여해 경험과 즐거움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생산자, 즉 팬슈머를 자산으로 만들 줄 아는 생산자가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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