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북한에 의한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결의대회' 모습.ⓒ데일리굿뉴스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22일 방한,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만큼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웜비어 부모인 프레드·신디 웜비어는 이날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북한에 의한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결의대회'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북한인권을 논하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살인을 방조하는 것'과 같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웜비어 부모는 사단법인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의 초청으로 방한했다. 이번 한국 방문은 북한에 의해 납치 및 억류된 피해자들의 문제를 다시금 조명하고 한국과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이들은 "만약 지금 한국 정부가 납북 피해자들을 위한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면 왜 그러는지 압박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와 같이 문제 해결을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이어 진행된 국제결의대회에서는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놓고 본격적인 논의가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웜비어의 부모 외에 6·25전쟁 때 아들 김정기씨가 납북된 김남주씨, 일본인 납북자 마쓰모토 루미코의 동생 마쓰모토 데루아키, 고모 이노차 판초이를 빼앗긴 태국인 반종 판초이, 1969년 납북된 대한항공(KAL) 여객기 탑승자 황원씨의 아들 황인철씨가 참석해 각자의 피해상황과 대응과정을 공유했다.

이들 모두는 "북한의 범행을 끊기 위해선, 국제사회가 연대해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웜비어 부부의 경우 최근 미국 법원에서 아들 사망에 대한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았다. 북한이 배상을 거부하자 미국 정부가 압류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청구서를 냈고, 법원이 선박 매각을 승인한 것이다.

프레드 웜비어는 "어떻게든 북한에 책임을 묻겠다는 생각에 법적 대응을 했고 배상을 받게 됐다"면서 "이런 식으로 하나씩 조치를 하다보면 북한이 압박을 느끼고 끝내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와 국민들을 향해 "북한과 가장 밀접한 국가인 만큼, 한국은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를 막아설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어머니 신디 웜비어도 "우리가 함께 북한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면 변화가 가능하다"며 "북한의 책임을 묻는 일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인 납북자 마쓰모토 루미코의 동생 마쓰모토 데루아키 씨는 "일본 정부가 공식 인정한 17명 외에도 일본인 납북자가 100명 이상에 달한다는 유엔 보고가 있다"면서 "그럼에도 북한은 침묵하며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외적 압력을 가해 반응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납북 피해자 가족들은 강력한 대북제재 유지를 촉구하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문제에만 몰두하지 말고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민간인 납치·억류범죄 문제도 여론화 시켜 북한 정권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환이 유일한 길임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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