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둔 전체 50∼299인 사업장에 시한을 정하지 않은 계도기간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본격적인 제도 시행이 늦춰지게 됐다. 일부 중소기업들에선 주52시간제 시행 부담을 덜게 됐다는 반응도 나오지만 노동계는 제도 시행이 연기된 데다 특별연장근로가 남발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52시간제' 속 타는 중소기업, 국회는 뒷짐.(사진제공=연합뉴스)

정부, 시한 없는 계도기간 '고육책'

정부는 작년 3월 개정한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업장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작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 중이고 노동시간 제한의 특례에서 제외된 업종의 300인 이상 사업장은 올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대기업보다 노동시간 단축 여력이 작고 준비도 부족한 50∼299인 중소기업은 시행 시기를 늦춰 내년 1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등 근로기준법 개정에 주력했음에도 국회 일정상 연내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많을 때 추가로 일을 하고 일이 없으면 근로 시간을 줄여 단위 기간 근로 시간을 평균 주 52시간으로 맞추는 제도다.

이달 14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회의에서는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지만 여야가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한국당에서는 선택근로제와 특별연장근로제 확대를 민주당이 수용한다면 경사노위의 탄력근로제 시한 6개월 연장안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여당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시한 6개월 연장안 외에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처럼 실질적인 보완 대책이었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가 국회 상황으로 꼬이면서 고용노동부는 계도기간을 두고 입법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계도기간은 주 52시간제 위반이 적발되더라도 충분한 시정 기간을 줘 처벌을 유예하는 것이다. 사실상 주 52시간제 시행을 위해 또다시 준비 기간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고용노동부가 50~299인 기업 1천300곳을 대상으로 주 52시간제 준비상황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법 시행에 문제가 없다고 답한 곳은 61.0%였고 준비 중이라고 답한 곳이 31.8%, 준비를 못 하고 있다는 곳이 7.2%였다.

그러나 주 52시간 근무를 초과하는 기업이 17.3%로 다섯 곳 중 한 곳에 육박했고, 이런 상황은 특히 제조업 분야(33.4%)에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행정조치로는 문제해결에 한계가 있다"며 "현장에서 가장 요구가 많고, 노사정이 합의안까지 도출한 탄력근로제 개선은 법률 개정사항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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