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갱신의 목소리를 높였다. 종교개혁 500주년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무엇을 했고 어떤 것들을 남겼을까. 교회세습과 목회자 윤리, 이단, 동성애 등의 이슈는 한국 교계 안팎으로 첨예한 논쟁을 불러왔다. 이에 본지는 특집기획으로 △세습 △목회자윤리 △이단 △동성애와 이슬람을 주제로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대안을 모색한다.<편집자 주>
 
공공재로서의 교회는 사회를 계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교회는 어떤가. 계도는커녕 분열과 혼란이 계속되는 양상이다. 특히 동성애와 이슬람 등 교계 안팎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서도,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기보다 찬반 논쟁이 과열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본지는 창간 2주년 기획을 통해, 사회문제에 대처하는 교회의 자세와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인지 논의해 보고자 한다.
 
 ▲사회적 첨예한 문제에 대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두고 어느 때보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퀴어문화축제에서 축제 참가자와 종교단체 회원이 성 소수자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적은 푯말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갈등으로 맞서기보다 지혜로 다가가야
 
최근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역할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사회가 갈수록 세속화되는 가운데,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첨예한 이슈가 한국교회를 관통하면서 교회 안팎으로 찬반 논쟁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동성애 이슈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사회의 분위기는 동성애를 거론하는 것이 금기시되던 시대였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시대의 흐름이 변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흐름을 타고 먼저 분위기를 선도한 건 가장 세속적이면서 인본주의적인 문화·예술이었다.
 
이와 맞물려 2007년 한국사회에는 동성애에 대한 새로운 논란이 일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입법 권고로 '차별금지법안'을 추진한 것. 차별금지법 제정을 두고 다양한 이해관계 속 '찬성 대 반대' 양론이 팽팽히 맞서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교회는 차별금지법과 퀴어축제 반대 등 동성애라는 반성경적인 움직임에 전면으로 나서면서 갈등의 중심에 섰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회가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첨예한 이슈를 두고 찬반 논란의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회적으로 첨예한 이슈에 대해선 진리 안에서 분별과 지혜를 가지고 대응하되,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것.
  
동성애 동성혼 반대 국민연합 운영위원장 길원평 교수도 한국교회가 목소리를 낼 때는 분명하게 내되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어야 한다고 동감했다. 길 교수는 "법이나 조례가 만들어지고 나면 공권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사전에 막아야 한다"며 "그러려면 무조건 비판하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왜 이런 목소리를 내는지 예의 있고 지혜롭게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길 교수는 교회가 먼저 하나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 안에서도 일부는 열심히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하고, 또 한쪽은 극단적이라고 비판한다"며 "교회가 전문 강사 등을 초청해 이 문제가 왜 심각한지 또 교회는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한국교회와 성도가 능력을 갖추고 준비가 됐을 때 비로소 문제를 받아들일 수 있고 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는 등 치열한 삶을 사는 난민들, 한국교회가 직면한 문제 중 하나다.(사진제공=연합뉴스)
 
"이슬람 이해 필요, 난민·무슬림은 사랑해야"
 

이슬람도 이와 결을 같이 한다. 그동안 공공장소 무슬림 기도실 설치, 정부의 할랄(Halal)푸드 산업단지 조성과 같은 논란도 있었지만, 국민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이슈는 '난민 수용'이었다. 작년 6월 내전으로 고국을 떠난 예멘인 484명이 제주도에서 난민 신청을 한 것이 화두가 됐다.
 
난민 수용은 교계 내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난민 수용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나그네를 사랑하라'(신10:19)는 성경 말씀에 근거해 한국교회가 이들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더 나아가 난민 상황을 선교적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난민과 함께 살아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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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난민사역단체 (사)피난처 이호택 대표는 "난민 사태를 통해 복음을 들을 수 있도록 기회를 여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알 수 있다"며 "교회는 난민에게 어떻게 사랑을 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난민 수용을 환영하지 않는 쪽에서는 사회혼란 가중, 국내 이슬람 영향력 확대를 우려했다. 이들은 한국에 온 난민이 진짜 정치적·종교적으로 박해를 받았는지 알기 어렵고, 해외 사례처럼 각종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한국이란인교회 이만석 목사는 "유럽이나 영국에서 집단 주거지를 형성한 무슬림들이 이슬람법 통치를 주장하고, 테러나 폭동을 일으킨 일이 알려지면서 무슬림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난민이나 이슬람 이슈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슈다. 때문에 찬반 논란을 과열시키는 것 보다는 두 입장 모두를 아우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교회가 힘을 합쳐 복음을 전해야 할 현 시점에서 경계와 환대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중동선교연구원 김종일 교수는 "가짜난민, 이슬람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분명히 경계해야겠지만 이미 우리에게 다가온 무슬림, 진짜 난민들에 대해서는 예수님의 마음으로 품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서는 이슬람이 이미 난민, 유학생, 외국인근로자 등의 모습으로 우리 가까이에 와있음에도 한국교회가 이슬람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FIM국제선교회 유해석 목사는 "한국교회는 유례없는 부흥을 경험하고, 선교 열정과 저력을 갖추고 있다"며 "예수 그리스도를 알지 못 하는 무슬림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선교 사명과 이슬람에 대한 이해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성애, 이슬람과 같이 교계 안팎으로 여러 쟁점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교회는 어떠한 자세로 나아가야 할까. 첨예한 대립과 분열이 심화되는 시대일수록 한국교회는 복음의 본질과 방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민문화재단 이사장 박종화 목사는 "교회는 진리에 어긋난 것은 그렇다고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종교라는 껍데기가 아니라 사람 자체가 중요하다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며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며 영혼들이 회개하고 주님께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 악랄하게 배제하고 대립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천보라·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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