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장기불황을 일컫는 '재패니피케이션(Japanification·일본화)'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엄습하고 있다. 세계경기침체(Recession)가 예견되는 가운데 전 세계가 '저금리·저물가·저성장'에 허덕이는 '일본식 장기불황'을 겪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일본의 장기불황을 일컫는 'J공포'가 확산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미국·유럽 경제 '일본화', 확산 우려
 
전 세계경제가 일본화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 중이다. 지난 8월부터 세계 주요 언론들은 앞다퉈 'J 공포'와 '재패니피케이션'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최근 글로벌 마이너스 채권 규모가 역대 최대로 치솟고, 안전자산국들 마저 국채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지는 상황을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2일 "미국과 유럽은 이미 일본을 답습하고 있다"며 "1990년대 자산 거품 붕괴에 시달리던 일본 정부가 깊은 고민 없이 금리를 내린 것처럼 미국·유럽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경우 이미 2014년 마이너스 금리에 접어들면서 오랜 기간 '일본화' 조짐을 보였다. 지난 3월 글로벌금융회사 ING가 발간한 보고서에는 "유로존 경기가 일본식 장기불황과 닮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미국만큼은 장기불황의 국면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측돼왔다. 일본에 비해 젊은 연령층이 많고 경제 역학도 더 활발하다는 이유에서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회복세를 보인 점도 근거로 뒷받침한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저물가 현상을 보이는 데다 올 7월 10여 년 만에 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서면서, 미국까지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화 우려를 확산시킨 계기는 올 여름 들어 급증한 마이너스 금리채권 규모다. 이는 전문가들이 꼽는 일본화의 주요 징후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 세계 마이너스 금리채권 규모는 16조 7,790억 달러(약 2경 346조 원)로 역대 최고치에 달한다. 이전 달과 비교하면 한달 새 20%나 급증한 수치다.
 
특히 최근 경기침체의 신호로 평가되는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되고 주요국 금리가 모두 하락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 마이너스 금리채권 규모가 가장 큰 나라는 일본이지만 독일과 네덜란드 등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표적인 안전자산국으로 꼽히는 독일 국채는 지난 3월 마이너스권에 진입한 벤치마크 10년물(-0.693%)은 물론 6개월 초단기물부터 30년물까지 전부 마이너스권이다.
 
고령화·동시다발적 저성장, 더 큰 불황 초래

일본식 장기불황은 경기후퇴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렇기에 일본화 조짐들에 경제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이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은행부실, 기업·가계 부도, 자산 가격 하락 등 경제 전반에서 깊은 불황에 시달렸다. 일본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2001년까지 경제 성장률이 평균 1.1%에 그쳤고, 그 후 반등이 기대됐으나 침체가 10여 년간이나 더 이어졌다. 래리 서먼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경기침체의 공포보다 더 위협적인 것이 J의 공포"라며 "장기적인 저성장과 디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하락) 및 마이너스 경제구조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이 더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일본 장기불황의 원인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의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 감소로 경제 활력이 추락하며 디플레이션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다.
 
한국을 비롯 전 세계는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일본 전 경제재정정책담당 장관은 "일본은 단지 최초로 고령화를 경험한 국가일 뿐 저물가·저금리 기조는 일본에 국한된 상황이 아니"라며 "주요 경제국이 동시다발적으로 저성장에 돌입할 경우 과거 일본을 뛰어 넘는 깊은 불황을 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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