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가 지난 14일 세상을 떠났다. 설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황색언론과 온라인 악성댓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수 겸 배우 설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언론과 악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제공)
 
악플러 행태 막는 '인터넷 실명제' 도입 빗발쳐
언론의 자극적·비윤리적 보도, 죽음까지 내몰아
처벌 강화 및 댓글 필터링 등 시스템 개선 시급


설리가 사망한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인터넷 실명제를 요구하는 청원이 잇달아 게시됐다. 누군가의 인권을 훼손하고 극심한 고통을 안겨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악플러'의 행태를 막으려면 실명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청원인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와 함께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청원인은 "중립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끔 자극적으로 기사를 쓰고 사실 확인 없이 퍼 나르는 행동도 한몫했다"고 비난하며 언론 내 인권 보장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달라고 청원했다.
 
실제로 본지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을 통해 지난 13일을 기준으로 1년간 보도된 설리 관련 기사를 검색했다. 그 결과 설리 관련 기사는 총 1,700여 건에 달했다. 한 달 평균 약 141건이 보도된 것. 가십성 기사를 쏟아내는 정보 연예·스포츠지 등이 빅카인즈 분석에서 제외된 것을 고려하면, 실제 관련 기사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사 분석 기간은 설리가 단독 리얼리티 웹 예능 프로그램 <진리상점>을 통해 활동을 재개한 시기와 맞물렸다. 더욱이 올해 솔로 싱글 '고블린'(Goblin)을 발표하고, JTBC2 예능 프로그램 <악플의 밤> MC로 활약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때다. 단편영화 프로젝트 <페르소나2> 출연을 검토하며, 2년 만에 영화 복귀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기사 대부분의 소재는 설리의 활동보다 사생활이었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포장된 기사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 1년간 보도된 기사의 제목과 키워드로는 '악플'을 비롯해 '인스타그램', 'SNS', '노출', '노브라'(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외출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언론이 '장'을 제공하고 악플러를 부추겨 불러 모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황색언론과 악플러는 '공생의 관계'라고 지적한다. 먼저 언론 내에서 자생론이 일어야 한다는 것.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각 언론사는 그의 죽음을 장사에 이용하는 것을 당장 그만두고, 언론의 책임을 다하라"며 "뉴스의 유통을 맡은 포털 또한 책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논평을 냈다. 
 
악성댓글에 대한 처벌이나 댓글 필터링 등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도 요구됐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악플을 달면 반드시 형사처벌이 따른다는 인식이 생기면 가해자도 자제할 것"이라며 "처벌 수위를 높이기보다 확실한 처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피해자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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