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사형제 존폐' 논쟁 재점화

최상경 기자(cs_kyoung@goodtv.co.kr)

등록일:2019-10-10 18: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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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장기미제로 남아 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33년 만에 특정되면서 '사형제 존폐'를 둘러싼 찬반공방이 재점화되고 있다. 고유정 사건 등 흉악범죄가 터질 때마다 사형제 찬반 논란은 늘 상 일었다. '사형제 존치냐, 폐지냐." 결론이 필요한 시점에서 최근 연이어 드러난 흉악범죄가 어떤 요소로 작용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흉악범죄가 터질 때마다 사형제 폐지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사진제공=국제앰네스티)  

국제 흐름은 '사형제폐지'
 
현재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는 1994년 처제를 잔인하게 살인해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부산교도소에서 장기복역 중이다. 그는 1·2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으나 대법원은 사전에 계획한 범죄로 볼 만한 직접증거가 없다며 1995년 1월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지금으로선 용의자 이 씨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밝혀져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길이 없는 상태다. 사실상 이번에 용의자로 지목되지 않았다면, 이 씨가 가석방될 여지도 있었던 상황. 우리나라 무기징역의 경우 20년 이상 모범수로 복역하면 가석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씨는 1급 모범수로 분류돼 수감생활에 착실히 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씨와 같은 흉악범을 단죄하는 수단은 사형제만이 '유일한 답'이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률적으로는 '사형제 존치국가'다. 사형을 법정 최고 형으로 명시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사형을 선고 받고 교정시설에 수감 중인 사형수는 연쇄살인범 유영철·강호순 등 총 56명이다.
 
그러나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 사형이 집행된 이후 단 한 번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법 상으로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국가는 57개국,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142개국으로 유지국의 두 배를 넘어선다.
 
국제연합(UN)은 사형제 폐지를 인류 공통의 관심사로 규정하고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OECD 국가 중에서는 일본과 미국의 18개 주만이 사형제를 실시 중이며, 매년 사형폐지국은 늘고 있는 추세다.
 
20대 국회서 '사형폐지법안' 발의될까 
 

이런 추세에도 국내에선 법에 따라 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0여 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 사형제 존치와 집행에 찬성하는 응답은 52.8%였다. '유지하되 집행은 반대'라고 답한 비율은 32.6%, '제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의견은 9.6%를 차지했다.
 
사형제에 찬성하는 직장인 이 모씨는 "피해자의 인권을 유린한 범죄자의 인권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지 의문이 생긴다"며 "이 사회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에는 그 행위에 책임이 따른다. 인권이라는 이름 하에 책임의 테두리를 허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국제적 흐름과 인권 측면에서 '사형제폐지'를 고려해볼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공존한다. 특히 종교계는 그 동안 사형폐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힘써왔다.
 
1988년 시작된 종교계 '사형폐지운동'은 당시 서울구치소 종교위원이던 문장식 목사와 불교계 인사가 사형폐지운동 단체를 조직하기로 합의하면서 본격화됐다. 그 이듬해엔 한국 가톨릭이 참여,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를 창립하면서 이를 필두로 사형폐지운동을 적극 전개해왔다.
 
한국기독교사형폐지운동연합회 문장식 회장은 "인간의 생명은 존엄하며 생명의 문제는 하나님 외에는 판단할 수 없다"며 "죄인일 수 밖에 없는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생명을 죄인이란 이유로 꺾을 수 없다. 개인의 생명권을 빼앗는 것이 국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오판의 가능성'과 사형으로 인한 '범죄예방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문 회장은 "우발적 사고임에도 계획살인으로 몰려 사형당하는 경우가 생기는 등 오판이 너무 많다"며 "사형제도가 범죄 발생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UN의 조사 결과도 있었다. 살인율과 사형제도는 전혀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일부 보수적인 기독교 교단 혹은 단체 관계자들은 사형제도가 갖는 범죄억제 효과 등을 이유로 사형제폐지가 시기상조라고 반박하고 있다. 일본에서 사역 중인 선교사 C씨는 "공의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질서 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극악무도한 범죄자에 한해서는 극형의 필요성이 있다"며 "무조건적인 사형폐지만이 답이 아닐 수 있다. 그 이전에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사형제 존폐' 논란 속에 국회는 사형폐지법안 발의에 줄곧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사형폐지법안은 15대 국회 이후 매번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한 번도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10월 10일 '세계사형폐지의 날'을 맞아 국회에서는 사형제도폐지특별법안이 발의됐다. 20대 국회가 일곱 달을 남긴 상황에서 법안의 운명이 어떻게 정해질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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