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학을 공부하는 첫 시간에 교수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다.

아주 오래전에 1년 365일을 오직 복음 전파에 전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10년의 사역을 마친 후 ‘하루 정도’는 안전한 곳에 배를 띄우고, 그곳에서 휴식을 통해 서로 위로하는 시간을 갖자고 의견을 모았다.

첫 모임이 너무 은혜가 되기에 ‘매년’ 이런 모임을 가지자고 결의했다. 5년 뒤에는 매년 모이는 모임이 너무 좋고 아쉬우니 ‘일주일’을 모이고, 이 시간에 복음을 전하는 세미나를 개최하자고 결정했다. 그렇게 5년 정도를 하고 나니 매년 일주일의 복음을 전하는 세미나와 세미나에 쓰일 식사 준비 등 기타 준비를위한 ‘일부의 사람’을 따로 세우자는 결정을 내렸다.

5년이 지나서는 매년 모임을 준비하던 이들이 너무 많은 인력을 위한 준비를 해야 되니 ‘100% 복음을 전하던 예산의 일부’를 조정해서 이 모임을 위한 관리·준비에 사용하자고 다시 결정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서는 장소 준비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아예 ‘큰 배’를 구입하고, 이 배의 상시 운영에 따른 ‘관리비와 운영비’를 책정하자고 결정했다.

모임은 갈수록 세련되면서, 노하우도 쌓였다. 모임을 준비하기 위한 조직적이고, 안정된 예산 배정과 전문 인력들이 투입되면서 이전보다 더욱 체계를 갖췄다.

그런데 이렇게 수십 년이 지나고 많은 사람들이 바뀌면서 뭔지 모를 ‘공허한 마음’이 생겨났다. 왜 그런가를 다시 분석해 본 결과 자신들의 정체성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모든 인력과 시간, 재정’을 다 사용하던 것이었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가장 중요한 자신들의 이 정체성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물론 당시 교수님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닌 각색된 것이었다. 하지만 ‘선교와 교회, 교회와 선교’를 생각할 때 교수님이 해주신 이야기가 상당히 많은 도전과 원칙으로 와 닿았다.

매년 10월이 되면 많은 교회들이 정책당회를 하게 된다. 선교사로서 마음이 졸여지는 순간이다. 어려운 한국교회의 여러 복합적 상황으로 인해 사업을 줄이거나, 긴축재정을 바탕으로 예산을 책정하는 현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선교’만 우선순위를 배려해 예산을 줄이지 말고 확대해 달라는 요구는 무리수라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다. 반면 여러 선교사들의 어려움을 알기에 더욱 마음을 졸이게 된다.

하지만 사도행전의 초대교회 행적에서 여러 중요한 회의들을 보게 된다. 그 회의의 주요 주제가 ‘교회가 어떻게 선교를 해야 하는가?’에 맞춰 진행된 것임을 발견한다.

선교사의 입장에서 각 교회가 정책당회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먼저 생각했으면 하는 점은 풍성한 선교후원과 지원은 아닐지라도,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 한국교회가 어떻게 선교를 계획하고 돌파구를 만들 것인지를 구상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선교현장의 여러 어려움들을 파악하고, 교회가 어떻게 선교에 참여할지를 교회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정책당회 시간이 됐으면 한다. 또한 성도들이 이를 위해 기도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선교사나 선교전문가들을 초청한 세미나를 열어 어려운 시기에 선교적 교회로서 효율적인 선교사역 감당해 나갈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개 교회의 형편에 맞게 선교전략을 마련하고, 추진 계획들을 세웠으면 한다.

비록 선교를 위한 방대하거나 화려한 계획이 아니더라도 한국교회가 어려운 현장에서 귀한 사역을 감당하는 선교사의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한다. 교회의 지도자들과 성도들이 머리를 맞대 기도하며 좋은 아이디어와 선교 사업들이 계획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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