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구 선교사 ⓒ데일리굿뉴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아마도 일 년의 절반을 지내왔기에 지난 상반기 동안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자기점검과, 다음 해를 대비한 중요한 결단과 준비를 위한 차원에서 책을 읽거나 연구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교사와 책’은 보기에 너무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기록된 책인 성경을 들고 가서 복음을 전하고, 글이나 교육이 열악한 선교지에서 글을 가르쳐 주고 책을 읽도록 돕는 모습에서 항상 책과 가까이 지내는 선교사의 모습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된다.

하지만 선교사로서 경험했던 지난 시간, 책에 대해서는 남다른 경험이 있었다. 2년 만에 처음으로 비자갱신을 위해 선교지에서 한국으로 나왔을 때, 마음 같아서는 읽고 싶거나 사역에 필요한 책들을 선교지로 가지고 가고 싶었다.

그런데 제한된 항공기의 수하물 무게로 인해 다른 생필품에 우선순위를 두고 짐을 채워 넣어야 했던 기억이 있다. 자녀들이 먹을 한국 음식 재료와 책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을 때 책을 빼고 짐을 쌌던 게 기억난다.

그 이후에도 간혹 한국을 방문하면 귀한 책들을 선물로 받았지만 제대로 가지고 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 아쉬운 것은 최근 도서 트렌드나 흐름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요즘 같이 기술이 발달해 여러 전자책이나 관련 앱이 나와도, 왠지 손에 침을 묻혀 종이 소리를 들으며 책을 넘기는 기분이 좋다. 필요한 부분에 밑줄을 치고 읽으면서 메모하며 되새기는 맛을 느끼는걸 선호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는 선교지로 책을 많이 가져가지는 않지만, 간혹 선교지를 방문해 책을 선물해 주는 이들이 너무 고마웠다. 심지어는 물품을 싸가지고 온 한국 신문도 그리워서 버리지 않고 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선교지에서 책과 관련된 큰 사건은 비자거부로 인해 선교지를 떠나게 됐을 때 일어났다. 책 욕심이 많았었는지 한국에서 가져갔던 책, 이렇게 저렇게 모은 책, 주위의 선교사들이 건네준 책이 5,000권 정도였는데 아쉽게도 대부분의 책들을 가져오지 못하고 보관할 곳이 없어서 파기 처분했던 적이 있다.

1,000권 정도를 주변 선교사들에게 주고, 한글학교 등에 기증을 했어도 많은 책을 버려야 했었다. 그 가운데에는 선교지에서 기록한 중요한 문서나 자료들도 적지 않았다.

최근 1900년대 초기에 한국에 와서 선교사역을 했던 선교사들의 글을 읽고 있다. 선교지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재미있기도 하지만, 귀중한 자료들을 통해 그 당시 선교사들이 얼마나 어렵게 일을 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선교사와 책’이라는 주제의 글을 쓰다 보니 두 가지 바람이 떠오른다. 첫째는 선교지를 방문할 때 선교사에게 책을 좀 선물해 줬으면 하는 것이다. 한국음식도 좋지만 책을 통해서 참 많은 유익을 얻기 때문이다. 둘째는 선교사를 통해 기록되는 기도편지나 선교사역에 대한 정보나 글들을 잘 쓰도록 문서 지원팀들이 각 후원교회나 후원자들을 통해 만들어지고,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화 된 선교사를 돕는지원팀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이라는 것이 참 쓰기가 어려운 만큼 누군가가 이를 돕고, 책으로 만들어 자료화한다면 선교의 역사를 알리는 매우 중요한 사역이라는 생각이 된다. 선교사들도 이 일을 중요하게 여겨 자신을 통해 이뤄가는 하나님의 역사를 잘 기록하고 남겨서 그 글과 책을 통해 지금보다 더 많은 선교의 동역자들이 세워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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