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집계됐다.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을 두 달 연속 기록한건 이번이 처음이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이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9월 소비자물가 첫 하락.(사진제공=연합뉴스)

9월 소비자물가 0.4% 하락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사상 처음으로 전년 동월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2(2015년=100)로 1년 전보다 0.4% 하락했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038% 하락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만 공식 통계로 인정하는 국제 관행상 물가상승률은 0.0% 보합에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하락한 것은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전년비 상승률은 1966년부터 집계됐다. 지난해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올 1월 0.8%를 기록한 후 8개월 연속 0%대에 머물러있다가 이번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 물가상승률이 이처럼 장시간 1%를 밑돈 것은 2015년 2~11월(10개월)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물가 하락은 무상교육 확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정부정책 시행에 따른 일시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폭염의 영향이 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기상이 양호해 농·축·수산물 생산량이 늘고 가격은 떨어졌다. 품목 성질별로 보면 농·축·수산물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8.2%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70%포인트 끌어내렸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고교 무상교육 정책과 농산물 가격 기저효과 등 정책적·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보다 4.4포인트 상승하는 등 소비부진으로 인한 디플레이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부 "일시 하락", 전문가 "디플레 경계를"

정부는 이번 마이너스 물가가 일시적인 저물가 현상이라는 해석이다. 디플레이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또 일시적·정책적 요인을 제외하면 물가상승률이 0.9% 수준이라며 연말부터는 기저효과 등이 완화해 0% 중후반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이 국내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일정 기간 지속해서 0% 아래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산시장 불안 등의 충격으로 총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경제에 악영향이 증폭된다. 가계는 소비를 미루고 기업은 신규투자와 생산을 축소함에 따라 고용이 감소하고 임금이 떨어지면 소비와 내수 부진이 심화하면서 디플레이션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당장 디플레이션으로 가지는 않겠지만 지금처럼 저성장 저물가가 지속한다면 디플레이션으로 진입할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마이너스 물가는 공급측 요인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성장 흐름이 약해지며 수요 측면 물가 상승 압력이 낮은 것도 문제"라며 "서비스 물가가 올라가지 않는 것은 수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소득이 잘 늘어나지 않고,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으며 소비가 잘 안 되는 점을 보자면 수요측 물가 하방 압력이 분명히 있다"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는 분명히 있으며, 디플레이션이 실제로 발생한 다음 위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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