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사우디 당국은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 2곳에 가해진 드론(무인기) 공격의 배후가 이란이라고 보고, 이를 증명할 결정적 증거를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지난 14일 공격받은 사우디 석유시설 저장 탱크(사진제공=연합뉴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미국, 프랑스, UN 등에서 파견된 무기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회수한 GPS(위성항법 시스템)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GPS를 통해 석유 시설 공격에 사용된 무기의 출처와 비행경로 등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무기 전문가들은 GPS 시스템의 자료를 복원하고 이를 분석하면 이번 공격에 동원된 미사일과 드론의 비행경로와 공격 원점 등을 역추적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미사일과 드론의 발사 장소와 비행경로를 찾아내면 이번 공격이 누구의 소행인지가 명확해진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사우디 관리들은 이번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직 여러 정황 증거를 토대로 한 것일 뿐, 이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를 내놓지는 못했다.

 

이란 당국은 미국과 사우디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는 반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은 이번 공격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 원유시설에 대한 공격에 대응해 지난 20일 사우디와 아랍에미레이트(UAE) 등 중동지역에 더 많은 병력과 지대공 요격 미사일인 패트리엇 등 군사 장비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이란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보고 있지만, 즉각적인 보복 공격에 나서기보다 일단 중동 우방국의 방어능력을 강화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우디군은 석유시설을 공격한 드론 및 미사일 파편을 공개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공격이 이란의 소행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할 경우, 대응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브라힘 알아사프 사우디 외교장관은 지난 21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원유시설을 공격한 미사일과 드론이 이란 영토에서 발사된 것으로 드러나면 사우디는 이를 "전쟁행위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금주 유엔 총회 기간에 이번 사우디 원유시설 공격을 중동지역에서 이란의 호전적인 행동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활용해 이란을 압박하는 국제연대를 구축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 원유시설 공격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외교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 간의 유엔총회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양국간 긴장이 격화해 미국과 이란 모두 지난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처음으로 기대됐던 미·이란 정상 간 회동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간담회에서 유엔총회에서 이란과 회동할 가능성에 대해 "어떤 것도 테이블 위에서 완전히 치워진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란과 만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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