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의 경제 현실
 
 ▲정재영 교수
한국 교회는 이 땅에 복음이 처음 들어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맞고 있다. 복음을 한반도 곳곳에 전하고, 민족 복음화를 위해 헌신할 일꾼 양성을 위해 전국에 신학교를 세우던 시대와는 매우 다른 상황이다. 복음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하나님의 종으로 헌신하고자 하는 목회자가 차고 넘쳐서 사역지를 찾지 못하고 쉬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심지어 목회를 포기하고 생업을 위해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목회자의 삶은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웬만한 도시 근로자의 삶보다도 못한 사례비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며 자녀들에게 충분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는 형편에 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리기사를 하는 목회자들도 한 둘이 아니다. 전에는 성도들의 눈을 피해 심야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이제는 이런 일 저런 일 가릴 처지가 아니라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2017년에 실시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목회자의 월 소득은 평균 176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봉기준으로 대기업 정규직의 소득 평균인 6521만원의 32.4%, 중소기업 정규직 3493만원의 60.5% 수준으로 조사됐다. 국내 전체 임금 근로자 45.2%가 월 급여 200만원 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목회자의 소득은 전체 임금 근로자 수준만도 못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는 가족으로부터 받는 소득을 포함한 기타 소득에 대해서도 물었는데 기타 소득은 월 평균 108만원으로 월 소득과 합하면 284만원으로 나타났다.

기타소득은 5년 전 조사에 비해 61만원 늘어난 수치이고 월 소득은 37만원 줄어들어 목회자의 소득이 5년 전에 비해 커다란 변화가 없으며 물가 인상분을 고려하면 거의 정체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월 소득은 줄어든 데 반해 기타 소득이 늘었다는 것은 적은 사례비를 충당하기 위해 다른 소득원을 찾았다는 뜻으로 한국교회의 불안정한 재정 상태와 함께 더 어려워진 목회자의 경제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그나마 중소 도시에 있는 교회들과 교회 규모가 작은 경우 평균 소득이 더 적게 나타나 많은 목회자들이 실제로는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운 형편임을 보여준다. 지역으로는 인천/경기 지역의 목회자들의 월 소득이 평균 135만원으로 평균을 훨씬 밑돌았으며 중소도시 목회자들 역시 157만원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적었다.

실제로 필자가 직접 입수한 한 주요 교단의 지방 대도시에 속한 한 지방회 28개 교회들의 담임 목회자의 월 소득은 사례비를 받지 못하는 교회 4개를 포함해서 평균 155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같은 시의 다른 지방회는 사례비를 받지 못하는 교회 3개를 포함해서 평균 130만원이 채 안 됐다.

소형 교회의 경우 더욱 열악하다. ‘한목협’ 조사에서 교인 수 50~100명 미만 교회 목회자의 월 소득은 185만원, 그리고 50명 미만인 초소형 교회의 경우에는 124만원으로 300명 이상 교회의 목회자 월 소득 315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극빈층 수준에 해당했다. 올해 4인 가구 기준으로 기초 생활 보장 수급비를 받는 월 소득이 138.4만원인 것을 보면, 실제로 상당수의 소형 교회 목회자들이 수급 대상자 수준인 극빈층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책임을 맡고 있는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가 공동으로 소형교회 목회자들을 조사했다.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21.4%가 사례비를 받지 않고 있으며 8.3%는 부정기적으로 받고 있고 70.4%만이 정기적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벼랑으로 내몰리는 목회자들

이러한 조사 결과로 볼 때,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고액의 사례비를 받는 목회자들은 최소한 교인 수 2천 명이 넘는 (초)대형교회들에 국한된다.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형 교회의 목회자들은 일반 임금 근로자 수준 이하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전체 한국 교회의 교인 수 규모별 비율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교계에서는 교인 수가 1천 명이 넘는 대형 교회를 전체 7만 여개의 한국 교회 중 5% 미만으로 보고 있다. 100명 미만의 소형 교회가 7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다면 대략 5만 개에 이르는 소형 교회 목회자들은 당장의 생계를 걱정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어 사실상 빈곤층에 해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목회자 다섯 명 중 세 명(60.5%)은 현재의 사례비가 가족을 부양하는 데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이것은 5년 전의 48.0%보다 12.5%p 늘어난 수치이며 충분하다는 응답은 5.7%에 불과해 5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6.4%p 감소했다. 교회 사례비가 부족하다는 응답은 연령이 젊을수록 높고 도시가 아닌 읍·면 지역에서 더 높았다. 또한 개척목사에게서 더 높고 교회 규모가 작을수록 높게 나타나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는 한국 교회 목회자들의 척박한 경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목회에 몰두하다가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고 과로사나 돌연사로 목숨을 잃는 목회자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한 달 전에는 인천의 한 개척교회 4년차인 목회자가 스트레스성 뇌출혈로 돌연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평소에 질병을 앓았던 것이 아니라 목회 중에 받은 스트레스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 분명한 상황이어서 어린 자녀를 둔 사모는 물론이고 함께 목회하던 동료 목회자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사역에 헌신하다가 사망에 이르러도 제대로 된 보상이나 유족들을 도와줄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이 없다. 교단들의 은급 제도도 부실하고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소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 4대 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교계에서는 목회자들의 경제적 형편을 개선하는 일에 손을 놓고 있다. 교회마다 교인 수가 줄고 있고 헌금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교회도 교단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어떤 이는 지금은 신학교 지원자도 줄고 있고 앞으로 목회자 배출이 줄어들게 될 것이니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한 통계에서는 여전히 교회 수 증가보다 목회자 수 증가가 앞서고 있어서 최소한 한 세대 정도는 이러한 상황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 교회에서는 목회자들에게 영성이 중요한 덕목이라는 점을 강조해서 스스로 가족을 부양하기가 어렵거나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도 목회자가 자신의 경제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게 여겨지는 현실이다. 그러나 목회자라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경제적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이것은 소수의 목회자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 교회 안에 절반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다수의 목회자가 처한 현실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개인의 능력으로 해결될 수준이 아니라 한국 교회의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모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협력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개교회가 공동체일 뿐만 아니라 전체 한국 교회가 하나의 공교회로서 공동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 한국 교회는 목회자의 경제적 형편에 대해서 시급한 과제로 여기고 이의 해결을 위해서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빈곤 문제를 위해 노력하듯이 한국 교회의 양극화와 목회자 빈곤 문제를 위해서도 모든 교회가 협력해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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