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9일 103만 명이 모인 '빅토리아 집회'를 시작으로 계속돼 온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이달 16일로 100일을 넘겼지만, 홍콩의 정치적 위기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송환법은 철회됐지만 홍콩 시민들은 '민주화' 요구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 시위대가 9월 8일 홍콩 도심 센트럴에서 열린 시위에서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들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정부에 불신이 쌓인 시민들은 여전히 거리에 쏟아져 나오고 있고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게다가 반중파와 친중파 시위대간 갈등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 꼬였다.
 
홍콩 성도일보에 따르면 시위 100일째가 되는 전날 시위대는 오성홍기를 불태우면서 화염병과 벽돌을 던졌다. 경찰은 파란색 물대포와 최루탄을 쏜 뒤 강제 해산했다. 친중·반중 시위대가 충돌하는가 하면 경찰이 시위대에 실탄 경고 사격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6월부터 송환법 철회를 두고 "보류한다", "사망했다" 등 애매한 표현을 써오던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4일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중국 눈치를 보며 결정을 미룬 람 장관의 발언을 믿을 수 없다"며 "5대 사항을 끝까지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시민들이 홍콩 정부에 요구하는 5대 사항은 △송환법 공식철회 △행정장관 직선제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인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등이다.
 
 ▲경찰의 집회 금지에도 우산을 쓴 채 도심을 행진하는 홍콩 시위대(사진제공=연합뉴스)

시위 장기화, '역대급' 기록에 산업 타격까지
 
이번 홍콩 시위는 '역대급' 기록을 세우고 있다. 2014년 우산혁명(79일)을 넘어 홍콩 최장기 시위에 등극했다. 홍콩 정부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데 분노해 일어난 6월 16일 시위에서는 홍콩 인구(740만)의 4분의 1에 달하는 200만 명이 참여했다.
 
중국공산당 일간지 인민일보는 지난 6월 9일부터 현재까지 1,453명의 시위대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체포된 시위대 연령대는 12∼72세로 다양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위 100일 동안 발사된 최루탄은 2,414발, 고무탄은 503발, 스폰지탄은 237발로 집계됐다.
 
시위 장기화는 홍콩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홍콩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줄고 상업, 호텔업, 운수업 등이 연쇄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홍콩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 방문 관광객 수는 작년 동기 대비 40% 급감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후 최악을 기록했다.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홍콩 관광을 기피하면서 최대 성수기 중 하나인 10월 1일 건국절 전후의 5일 연휴 '골든 위크' 예약이 당초 예약의 30%로 줄었다.
 
소매업종도 타격을 받았다. 지난달 소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3% 급감했으며 보석, 시계 등 사치품 매출은 이보다 더 줄었다. 부동산기업 '미들랜드 IC&I'에 따르면 홍콩 고급 쇼핑몰이 밀집한 코즈웨이베이의 1,087개 점포 중 102개가 비어 지난달 공실률은 9.4%에 달했다.
 
향후 홍콩사태가 어떻게 흘러갈 지는 아직 가닥을 잡을 수 없는 상태다. 현재로선 내달 1일 중국 건국절 70주년 기념일 이후 중국 중앙정부가 모종의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우산혁명 주역인 조슈아 웡은 17일 미국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은 홍콩의 자치권을 약화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 자유로운 사회를 통치할 수 없다"며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홍콩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한 데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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