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 하지만 매년 여러 사정으로 인해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고 도심을 지키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올해는 도심에서 보다 뜻깊고 의미 있는 추석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 복음의 발자취를 따라 역사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서울의 기독교 유적지를 소개한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과거와 현대 공존하는 거리, 정동길 코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높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 푸른 한강까지. 서울은 가을을 만끽하며 걷기 좋은 도시다. 이뿐만 아니다. 서울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기독교 유적지가 곳곳에 자리 잡은 곳이기도 하다. 정동길이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다.
 
덕수궁 대한문에서 신문로까지 이어지는 돌담길. 정동길은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길이지만, 동시에 아픔이 서려 있는 뒤안길이기도 하다. 근대 중심을 가로지르는 정동길엔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정동길은 개항기 당시 신문화를 도입한 거리였던 만큼 배재학당, 이화학당, 정동제일교회 등 교회와 교육기관 등 근대화 시기 유적지가 많이 남아있다. 최근엔 기독교 역사 투어로 정동 탐방 코스가 진행되기도 했다.
 
정동길 코스는 배재학당역사박물관부터 시작한다. 배재학당은 아펜젤러 선교사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한 최초의 서양식 학교 건물이자 근대식 중등 교육기관이다. 공휴일은 휴관이라 박물관 내부 관람이 어렵지만, 당시의 동관 건물을 살펴볼 수 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정동제일교회는 아펜젤러 선교사가 1885년 개척한 한국 기독교대한감리회의 대표적인 교회로 한국 최초의 프로테스탄트 교회 건축물을 자랑한다. 연휴 기간 전면 개방하지 않지만 둘러보는 것은 가능하다.
 
이어 골목길을 따라 중명전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경운궁 황실도서관으로 건립된 중명전은 을사늑약 체결이라는 아픈 역사와 함께 고종이 이준과 헐버트를 비밀리에 헤이그 밀사로 파견한 장소로도 역사적 의미가 크다.
 
이밖에 구 구세군중앙회관, 성공회 서울대성당, 성가 수녀원 등 한국근대화와 기독교의 초석을 놓은 유적지 대부분이 정동길에 있으니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유적지 대부분이 연휴 기간 휴관하거나 개방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정동길을 걸으며 한국기독교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명절이 될 것이다.
 
 ▲양화진 전경 (사진제공=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조선을 목숨보다 더 사랑한 '파란 눈의 조선인'

 If I had a thousand lives to give, Korea should have them all(만약 나에게 천 개의 생명이 있다면, 그것을 다 조선에 바치리라).-루비 켄드릭(1883-1908) 묘비명

추석 연휴, 자신의 목숨보다 조선을 더 사랑했던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강변에 갯버들이 많이 자라 이름 붙여진 곳, '양화진(楊花津, 버들꽃나루)'에는 조선을 사랑한 외국인 선교사들의 묘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는 현재 6개국에서 온 145명 선교사와 가족을 비롯해 15개국의 총 417명이 안장됐다.
 
배재학당 설립자이자 한국 감리교의 초석을 놓은 아펜젤러(1858~1902) 선교사와 배화학당 설립자이며 여성 선교에 앞장선 캠벨(1853~1920)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선교사들도 이곳 양화진에 잠들어있다.
 
선교사 외에도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베델(1872∼1909)과 대한제국의 국가를 작곡한 에케르트(1852∼1916), 우리나라 사법 근대화에 기여한 그레이트하우스(1846∼1899) 등이 안장돼 있다.
 
묘원은 A~I까지 총 9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특히 돌이 채 되기도 전에 죽은 선교사들의 아이들 묘역은 조선을 향한 외국인 선교사들의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단적으로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준다. 
 
연휴 기간엔 개별적인 참배만 가능하다. 자세한 문의는 전화(02-332-9174) 또는 홈페이지(www.yanghwajin.net)를 통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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