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당신에게서 스마트폰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하루 평균 3시간, 1시간에 평균 세 번이나 휴대폰과 마주한다. 깨어 있는 시간 중 4분의 1을 휴대폰과 함께 보내는 셈인데 한 달로 따지면 100시간, 인간 평균 수명을 80세로 봤을 때 평생 11년을 휴대폰사용에 할애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앱 ‘모먼트(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알려주는 앱)’를 개발한 캐빈 폴시가 8,000명의 휴대폰 사용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다”라고 말한 사람들이 64%에 달한다. 심지어 휴대폰을 사용하고 곁에 없으면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는 ‘노모포비아(nomophobia, 모바일 결핍 공포증)’ 증상을 겪는 이들도 많다. 바야흐로 지금은 ‘디지털 중독’의 시대인 것이다.
 
 ▲테크놀로지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2000년 이전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중독 현상이 출현하고 있다.

어느새 나도 중독? ‘스마트폰’에 사로잡힌 人들

2000년 이전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중독 현상의 출현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일, 인간관계와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굳이 조사 결과를 드리밀지 않아도, 모두가 디지털기기 중독의 폐해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을 터이다.

디지털기기를 향한 집착은 그 자체도 문제지만 파급력이 더 크다. 미국 뉴욕대 심리학·마케팅 교수 애덤 알터는 저서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을 통해 정보기술(IT)기기에 대한 강박을 ‘행위 중독’이라 명명하며 이 중독의 심각성을 경고한다. 또 오늘날 테크놀로지와 인터넷, 첨단 디지털 제품 및 전자기기의 발달로 인한 행위 중독이 얼마나 극심하며 우리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낱낱이 살핀다.

전 세계에 만연한 디지털 중독은 사람들의 의지력 부족 때문만이 아니다. 저자는 “컴퓨터 화면 저편에서 수많은 전문가가 사용자들의 자제력을 허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 테크놀로지 산업은 중독을 유발하는 쪽으로 현저히 기울어져 있다. 애당초 디지털 제품은 중독을 유발하도록 디자인돼 있다는 것이다. 테크놀로지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거부할 수 없도록 고안된 도구가 사용자들을 무차별적으로 빠져들게 만들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일찍부터 실리콘밸리 거물들은 자기 아이들의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해왔으며, 누구나 하나씩 아이패드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던 스티븐 잡스도 자녀들의 사용은 막았다. “스마트기기와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공감 능력이 떨어져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곤란을 겪는 등 중독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목표, 피드백, 향상, 난이도, 미결, 관계’라는 인간 욕구의 정곡을 찌르는 여섯 요인이 행위 중독 메커니즘을 작동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가령 운동앱은 열량, 걸음 수, 거리 등 운동을 수치화하고 매일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을 강박 상태에 빠뜨린다. 또한 SNS 상의 게시물에서 ‘좋아요’는 그 숫자에 연연하게 만들며 게시물을 쉼 없이 업로드해 사람들의 피드백을 갈구하게 한다. ‘피드백 중독’의 대표격인 ‘좋아요’를 두고 저자는 ‘인류 최초의 디지털 마약’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메커니즘에 따라 오늘날 대다수 사람들이 테크놀로지와 결합된 각종 행위에 중독돼 있다는 것이다.

행위 중독은 술·담배 등 물질 중독처럼 해로운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의존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원리가 똑같다. 문제는 ‘행위 중독’은 중독 대상이 도처에 널려 있다는 점이다. 1960년대에 중독 대상은 담배, 알코올, 마약이 전부였지만 2010년에 접어들어서는 소셜미디어, 휴대폰, 게임, 이메일, 온라인 쇼핑 등 대상이 한도 끝도 없다. 그렇기에 저자는 행위 중독을 치료하는 것이 아주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는 “테크놀로지는 도덕적으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면서 그러나 “기업들이 대중의 대량 소비를 유도하려고 그것을 마구 휘둘러 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내적 동기 강화’가 해결책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애덤 알터 지음, 부키


그렇다면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은 없는 것일까. 쉽지 않지만 방법은 있다. 의도적으로 행위 충동을 억누르면 역효과를 일으키기 십상이다. 물질 중독은 중독 대상을 끊는 외적 강제만으로도 효과가 있지만, 일상의 많은 부분을 기술에 의존하는 현 상황에서 디지털기기를 끊는 것은 그럴 수도 없을뿐더러 극단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이에 저자는 외적 강제보다 ‘내적 동기’를 부여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대안적 삶의 스타일을 마련해 실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어떤 행위를 금지하기보단 내적 동기를 유발해 스스로 건전한 습관을 키우도록 하는 ‘내적 동기 강화’야말로 행위 중독을 막는 주된 방안이라는 의견이다.

기술 기업이 중독성 없는 제품을 출시하도록 사회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례로 게임의 경우 연속 사용할 수 없도록 자연스레 ‘중단 지점’을 삽입해 놓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테크놀로지 제품과 기기 사용을 거부할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행위 중독이 만연한 현실 속에서 저자는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어떻게 하면 이를 퇴치하고 건강하며 행복한 삶을 회복할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해보자고 제안한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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