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있다. 백 년 앞을 내다보고 대비하여 인재를 기르는 일이라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최근 교육계 쟁점이 된 자율형사립고등학교 무더기 지정 취소 사태를 계기로, 미래교육의 방향을 고민하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GOODTV는 한국 교육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교육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을 초대해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대담 진행은 김명전 GOODTV 대표이사가 맡았다.
 
 ▲GOODTV가 기획한 특별대담 <뉴스 초대석-이재정 경기도교육감> 편이 23일(금) 오후 5시 40분 GOODTV를 통해 방송된다. 사진은 GOODTV 김명전 대표이사(가운데)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대담하는 모습 ⓒ데일리굿뉴스
 
전문 인력 키우려면 '연계교육' 이뤄져야

김명전(이하 김): 올해로 임기 6년 차를 맞았는데, 소회가 어떤가.
 
이재정(이하 이): 우리나라 전체 학생 수의 27%가 경기도에 있다. 그만큼 일도 많고 힘들다. 반면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 새로운 학교·교육을 만들어가는 기쁨과 즐거움도 있다.
 
김: 올해를 '교육자치 원년의 해'로 삼겠다고 공약했다. 성과가 있었나.
 
이: 올해부터 학교 교육자치를 이루기 위해 세 가지 제도를 먼저 시행했다. 먼저 '학교기본운영비 자율편성제'를 통해 학교에 기본 운영비를 직접 편성하고 심의해서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두 번째로 '자치학교장 공모제'로 교장 공모를 학부모와 교사, 학생(시범단계) 등의 투표로 결정짓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학교가 감사팀을 만들어서 직접 검토하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낼 수 있도록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학교주도형 종합감사제'를 도입했다. 
 
김: 최근 자립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지정 취소 문제가 쟁점이 됐다. 특히 고교 평준화 확대와 맞물려 있어 학부모의 관심이 크다.
 
이: 자사고의 시작은 다양한 학교 형태를 만들자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대학 입시 중심의 학교로 가면서 고교 평준화의 취지와 충돌하게 됐다. 일부 학교에 특권·특혜를 주는 것이 다수의 다른 학교들에게는 역차별이 될 수 있다. 교육 본질적인 측면에서 어긋난다는 생각이다.
 
김: 입시 위주의 교육 문제, 보완해야 할 점은.
 
이: 교육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꿈과 희망을 잘 이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100년 살아가는 데 어떤 인간으로 성장시키느냐,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인물로 키워나가느냐는 것이 교육의 과제다. 수능시험 잘 보게 하기 위한 목적은 안 된다. 그래서 경기도교육청은 다양한 학교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부천시의 경우 28개 전 학교를 교과 중점 학교로 만들어서, 학생들이 다양하고 개성 있는 학교를 선택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더 잘할 수 있도록 했는데 호응이 좋다.
 
김: 획일화된 대학 입시 중심 교육보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다. 최근 한일 무역전쟁 문제로 소재 부품 등 기초 분야에 대한 연구 인력 부족 문제가 드러나면서 전문 인력 양상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독일의 경우 고등학교 5학년부터 13학년까지 9년간 일관성 있게 직업교육을 한다. 반면 한국은 직업교육을 해봐야 특성화고등학교에서 하는 게 고작이다. 3년 정도의 기간은 전문가를 만들어내기는커녕 기초조차 제대로 모르는 정도에 불과하다.
 
김: 독일은 고등학교만 마치더라도 산업 전선에 투입되는 데 별 문제가 없는 교육이 이뤄지는 것 같다. 우리 교육은 왜 그게 안 되나.
 
이: 6년간 경험으로 보면 연계교육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었다. 경기도교육청이 연구하는 것도 학생들이 선택적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한 연계교육이다. 중학교부터 훈련을 받기 시작해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까지 연계교육을 하게 되면, 좋은 전문인 인력을 양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데일리굿뉴스

입시중심 획일적 교육 '꿈과 미래' 없다
 
김: 그런 의미에서 자사고 쟁점이 우리 교육계가 맞은 혁신적인 전환의 시기에서 오는 갈등은 아닌가 싶은 측면도 있다. 
 
이: 전국 자사고나 특목고 졸업생들을 다 모으면 서울에 있는 대학 입학 정원하고 거의 비슷하다. 이렇다 보니 자사고나 특목고 입시 과외가 초·중학교뿐 아니라 유치원부터 시작한다. 획일화된 입시 위주 교육에 아이들은 창의력이 없어지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도 사라진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그래서 경기도교육청은 일환으로 2년 전부터 자유학년제를 실시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뭘 잘할 수 있는지, 뭘 하고 싶은 건지, 내 적성은 어떤 것인지, 내 진로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좋은지 등을 판단하는 기회다. 국가는 이런 제도를 더 발전시켜 학생들의 미래를 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정책이 있다면.
 
이: 학생들이 틀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도록 '꿈의 학교'를 만들었다. 꿈의 학교는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서 자기들이 기획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진행할 수 있게 한다. 경기도에는 추진 5년 만에 1,900개가 넘는 꿈의 학교가 생겼다.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은 학생들이 직접 운영한다. 꿈의 학교에서 학생들이 동기를 얻고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꽤 성과가 있다. 또 한 가지 구상하는 것이 체험학습의 활성화다. 자연 생태계로부터 평화통일에 이르기까지 8대 분야의 현장 체험학습을 1박 2일 일정으로 하면서 학생들 스스로 뭔가 배우고 생각하도록 한다. 이번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서 서대문형무소 1박 2일 체험학습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느낀 바가 컸다고 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고 거기서 학습의 동기를 얻고 자기 진로에 대한 이해가 된다고 하면 대단히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 특화된 인재를 키워내도 교육이 연속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유지되려면 고용시장이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상호연계되지 않으면 결국 대학을 가기 위한 입시 중심 교육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될까 우려된다.
 
이: 이를 위한 대안으로 특성화고등학교 중에서 마이스터고등학교를 만들었다. 정부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경기도도 3~4배 예산이 투입된다. 그런데 지난 6년간 지켜보니 아무리 투자를 해도 학교 교육 현장이 사회나 기업체의 기술과 발전을 따라가지 못한다. 고등학교 3년 동안에 마이스터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기능교육은 적어도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연계해서 6~7년 일관성 있게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 기업체와 연계해서 50%는 학교에서 이론적인 수업을 받고 50%는 기업체에서 일하면서 실전 교육을 받으면 제대로 된 기능을 가진 인력이 나오지 않겠나. 국가가 그런 학생을 마이스터로 인정해주면, 기업체에선 마음 놓고 사람을 뽑을 수 있다.
 
김: 그동안 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을 정리해 달라. 또 학생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이: 현 정부가 들어서서 제일 먼저 '국가교육회의'를 만들었다. 국가교육회의는 독립된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서 교육부가 이제껏 해온 일들, 특히 미래를 위한 인재를 양성하고 사회가 국민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의 중장비 정책을 맡도록 하는 것이다. 국회가 이번 회기 중에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문 대통령 임기 중에 국가교육위원회가 형성돼서 5년, 10년의 중장비적인 정책이 제대로 수립되고 예측 가능한 미래를 위해 함께 준비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래 학생들에게 성공회대 김명호 교수가 쓴 '중국인 이야기' 등의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또 윤동주 시인의 시집을 다시 한번 읽고 그의 삶과 사랑, 정신을 느끼면 좋겠다.

<뉴스 초대석-이재정 경기도교육감> 편은 오는 23일(금) 오후 5시 40분, 24일(토) 오후 8시 GOODTV를 통해 방송된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