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사이비단체가 날로 진화하며 교회 내부까지 침투해 교인들을 미혹하고 있다. 본지는 교회와 기독단체, 심지어 사회 전체까지 공격의 대상을 넓히고 있는 이단 단체들의 현주소를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에 작게나마 이단 대처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길 바란다.
 
'추수꾼'과 '추수밭' 등 교회 내 이단 침입에 관해 익히 들었지만 정작 어떤 식으로 포교가 이뤄지는 지 알기란 쉽지 않다. 그야말로 이단 단체들은 각 교회 별 상황은 물론 공략·대응방법까지 만들어 지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의 대응은 어떤가. 안타깝게도 이단 단체들의 포교 전략은 갈수록 진화하는 반면 교회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단 사역에 있어 탈(脫)개종에 치중하거나 아예 무방비인 상태도 많다. 이단사이비단체들이 교회를 노리는 지금, 보다 전략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이단 단체들의 교회 내 포교 활동이 전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짜여진 각본대로…" 전략적인 포교활동
 
(절뚝거리며 다가간다)
-A : 죄송한데요, 제가 아까 오면서 발을 좀 심하게 삐었는데, 저기 앞까지만 부축해 주실 수 있나요?
-B : 아, 네.
-A: 여기 청년부 다니세요? 오늘 처음 왔는데 예배 때 같이 앉으실래요? 아는 사람도 없고.
-B: 그래요.
(목적지 도착한 뒤)
-A: 감사합니다. 제가 밥 한 끼 쏠게요. 혹시 번호 좀 주실 수 있나요? 다음 주에 제가 연락할게요.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모든 것은 시작된다. 얼핏 봐선 일상적인 대화 같지만 이것은 모두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인 것이다. 성도들을 대상으로 한 이단 단체들의 포교는 철저하게 매뉴얼화된 전략 하에 이뤄진다. 실제로 신천지는 지역교계를 통째로 포섭하기 위한 방대한 분량의 가이드북까지 만들어 놓았다.
 
몇 년 전 유출된 '공주지역 추수밭 전도 가이드북'을 본지가 입수해 봤더니, 그 내용이 비교적 자세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포교 상황별 모범 대화법은 물론 공주 지역 대부분의 교회 내부 사정이 고스란히 문서화돼 있었다. 교회 분위기를 비롯 성도들의 특징, 참여 인원 등도 상세히 적어뒀다.
 
가이드북에 제시된 교회 중 ㅊ감리교회의 경우, 예배 때 열심인 리더들이 앉는 자리와 교회에 발각되지 않고 '포교'에 유리한 좌석까지 표시해 놨다. 심지어 교회 내부구조도와 외부 전경, 교회주변 지도 등 실사 사진에다가 예배 후 성도들이 이동하는 경로를 분석해 어느 길이 말 걸기 수월한지도 적어 뒀다.
 
교회의 특이사항 역시 모두 기재했다. '스크린을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주보를 꼭 봐야 한다', '주보 또는 성경책을 같이 보기를 하면 좋다', 성도들의 주요 동선을 표기한 후 '대다수가 한 길로 쭉 내려오기 때문에 섭외하기 좋으며, 다른 교회에 비해 오래 이야기 나눌 수 있다' 등 내용이 꽤나 구체적이다.
 
이렇게 교회와 성도들의 특징 분석을 치밀하게 마치면, 신천지는 타깃을 정해 본격적으로 대상에 접근한다. 주로 선데이 크리스천, 새신자, 교회 생활 부적응자, 교회에 실망한 사람 등이 포교 대상이다.
 
실제로 가이드북에선 ㅊ감리교회의 주요 타깃을 '예배가 끝날 즈음 주기도문을 노래로 부르는데 잘 모르고 어리둥절한 사람'이라고 정해놨다.
 
교회 속에 은밀히 파고들어 결국 신천지가 성도를 인도하는 곳은 '복음방'이다. 복음방은 신천지의 교리를 주입시키는 곳이다. 친분을 맺고 성도들을 빼내는 '유동추수'는 복음방 인도까지 2~4개월 가량이 소요되며 "고민과 관심사를 얼마나 빨리 파악하냐가 승패의 여부를 가른다"고 적혀있다.
 
문제는 이단의 치밀한 전략적 접근에도 교회는 인지하지 못한 채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이드북에 분석돼 있는 교회들을 취재해보니, 가이드북에 교회가 언급됐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교회 측에 몇 마디를 묻자 "할 말이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 중 한 교회만이 '신천지의 포교활동을 인지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내부에서 근 몇 년 간 이단이 색출되거나 교회 차원에서 대응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신천지의 전략적 접근에도 교회는 별 다른 대응조차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단 경계심' 높이는 게 우선
 

교계가 이단대처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이드북 속에 교회들처럼 이단이 유입된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이단 포교를 막을 방법이 생각보다 간단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단 사이비 예방 세미나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이단 경계심'을 높이는 것이다.
 
이단사이비 전문매체 바른미디어 조믿음 대표는 "이단이 잠입할 교회를 선정할 때 '이단 경계심'이 얼마나 높은가를 본다"며 "이단 교육을 진행하지 않거나 이단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교회를 주요 타깃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밀하게 파고드는 이단을 막기 위해 교회도 전략적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정기적인 이단 세미나와 이단 관련 간행물을 배포해 성도들의 경각심을 키우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취재/글 최상경•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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