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사(餓死, 굶어서 죽음)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이탈 주민(탈북민) 한 모(여, 42) 씨와 여섯 살 된 아들 김 군이 숨진 지 두 달가량 지나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이 가운데 탈북민 모자(母子)가 지난해 주민센터를 두 차례 방문해 도움을 호소한 것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복지 사각지대의 비극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도록 시스템 정비와 인력 확보가 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탈북 모자가 사망한 지 두달 가량 지나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탈북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목숨 걸고 찾은 땅에서 맞은 비극
 
배고픔을 피해 목숨 걸고 대한민국에 온 탈북민이 서울 한복판에서 굶어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탈북 여성 한 모 씨와 아들 김 군이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지 두어 달 만에 발견됐다.
 
특히 모자의 사인이 아사로 추정되면서 한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발견 당시 집안에 음식물은 냉장고에 있던 고춧가루뿐이었다. 공과금 미납으로 단수가 된 상태여서 물조차 없었다. 이들 모자의 생활고를 증명하듯 통장 잔고는 0원이었다.
 
한 씨는 중국 동포와 결혼했다가 지난해 이혼한 후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마저 아들의 장애로 제대로 다닐 수 없었다. 이에 한 씨의 소득인정액(소득+소득의 재산환산액)은 0원이었지만, 기초수급자로 보호조차 받지 못했다. 지난해 아동수당을 신청해 받았지만 이마저도 올해 아들이 만 6세가 넘으면서 중단됐다.
 
한 씨가 극빈 상태인데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 알려지면서 정부를 향한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한 씨가 지난해 두 차례 주민센터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지만, 주민센터가 외면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뒤늦게 각 광역자치단체에 한 씨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자를 발굴, 지원하기 위한 긴급 실태조사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각 지자체는 지난해 아동수당을 신청한 가구와 기존 복지급여수급자 중 소득인정액이 기초생활보장 및 차상위계층 이하로 확인되는 가구를 조사할 예정이다.
 
특히 오는 10월까지 복지 사각지대 발굴관리시스템으로 확인되지 않는 저소득층 거주 공동주택 월세·관리비를 3개월 이상 장기체납한 가구에 대해서도 실태조사에 들어간다.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복지급여·서비스 제공 필요성이 확인되면 수급 가능한 서비스를 안내해 신청하도록 하고 민관 협력으로 복지서비스를 연계해줄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뒤늦은 관리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정부는 한번 우를 범했더라도 다시는 소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며 "2022년까지 가동하려는 차세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 구축 시기를 더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새터교회 강철호 목사는 "이번에 죽은 아이에게 자폐라는 장애가 있었는데, 알아본 바로는 아이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건이었다"면서 "장애를 가진 아이의 엄마로 또 탈북자로 살아보려고 애를 쓰는데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니 먹고 싶은 생각도 누군가 만나고 싶은 생각도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강 목사는 한국교회와 탈북민 교회가 앞장서서 탈북민 등 소외된 이웃을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북자이면서 장애를 가진 아이의 엄마인데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계기로 소외된 이웃 특히 탈북자를 다시 보고 그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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