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전망과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는 내년에는 기저효과와 경기 회복에 힘입어 2% 중반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과 이 역시 쉽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교차한다.
8월 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와 전망' 보고서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0.27∼0.44%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망은 특히 일본의 '1차 경제보복', 8월 1일 발표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 조치 장기화에 따른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이 10% 감소한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지난 2일 2차 보복으로 발표한 한국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가져올 악영향은 고려되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백색국가 배제 조치의) 규제대상 품목 범위가 어느 정도이고, 한국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어렵다"고 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수출규제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연간 0.6%포인트(p) 이상 줄어들 것으로, 하나금융투자는 성장률이 최대 0.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최대 -3.1%포인트의 성장률 하락 전망을 내놨다.
이 예상대로라면 올해 2%대 성장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18일 발표한 수정 전망치 2.2%조차 시장에선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4월에 전망했을 때보다는 0.3%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국내외 43개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값은 지난달 기준 2.1%로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내렸다. 이들 중 스탠다드차타드(1.0%), IHS마켓(1.4%), ING그룹(1.4%), 노무라증권(1.8%), 모건스탠리(1.8%), BoA메릴린치(1.9%) 등 10곳은 올해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도 이런 시장의 견해에 일정 부분 수긍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수정 전망은 최근 격화한 '한일 경제전쟁'을 사실상 계산에 넣지 못했다.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데다, 그 내용과 영향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한은 관계자는 "일본 이슈가 없었더라도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수출 감소와 국내 생산·투자 부진 등으로 올해 전망치가 2.2%로 낮아졌고, 이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인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경제전쟁이 터진 데 이어 다음달부터 미국이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출품에 10% 관세를 매기는 '관세전쟁'까지 겹치면 2%대 성장이 어렵다는 점을 한은도 인식한 셈이다. 1%대 성장률은 금융위기(2009년 0.8%) 이후 최저다.
한은이 전망한 내년 성장률 2.5%를 두고도 시장은 비관적이다. 내년 상반기에 경기가 반전해야 가능한데, 한일·미중 악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전쟁 등의 리스크가 올해 안에 대부분 해소된다는 전제 아래 2.5%라는 수치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에 경기가 좋아진다는 근거가 미약한 상황"이라며 "2.5% 성장도 낙관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은 오는 11월 내년 전망치를 수정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