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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레스토랑 ‘진짜 파스타’가 화제가 되고 있다. 학교에서 아동급식카드를 사용하는 아동·청소년들에게 공짜로 음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파스타 오인태 대표가 어려운 형편의 아동 급식카드를 가진 아이들이 와서 편안히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글. (제공=진짜파스타 인스타그램)

이 식당을 들어서다보면 입구에 “눈치 보지 말기, 금액 상관없이 먹고 싶은 메뉴 시키기, (들어올 때가 아니라) 나갈 때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 보여주기, 매일 와도 괜찮으니 부담 갖지 말기, 자주 보기”라는 문구가 내걸린 것을 보게 된다.

결식아동에게 공짜로 음식을 제공하는 이 식당이 찾아온 꼬마 손님이 혹시 식당 문 열기를 망설일까 봐 용기를 주려고 붙였다.

이 안내문은 젊은 식당 운영자인 오인태 대표(34)가 직접 작성했다. 아동 급식카드(꿈나무 카드)를 소지한 아이들은 식당에서 파스타를 먹고 나가기 전에 카드만 보여주면 된다. 아동 급식카드란 학교 급식을 이용할 수 없는 연휴나 방학 때 밥을 굶을 우려가 있는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에게 지자체에서 발급하는 체크카드다. 매월 15만 원 한도로 편의점이나 가맹 식당에서 쓸 수 있다.

오 대표가 급식카드 소지 아이들을 위한 무료 급식 제공 계기는 지난 6월 우연히 구청을 찾았다가 '꿈나무 카드'의 존재를 알고 나서부터다. 끼니를 제대로 못 챙겨 먹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도, 꿈나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식당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도 비로소 처음 알게 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시내 꿈나무 카드 가맹점 7,900여 곳 중 약 82.5%(6,619곳)가 편의점이나 빵집이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식당에서 사용한다고 해도 5,000원으로 한 끼 식사가 가능한 곳은 요즘 물가 추세에서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진짜 파스타 구성원들. 왼쪽부터 직원 전미경, 이민혁, 김두범 씨와 오인태 대표. (사진제공=오인태 씨 연합뉴스)

때문에 오 대표는 고민 끝에 밥값을 아예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결정한 것에는 눈 앞에 보이는 불편한 것들을 바로 해소가능하다면 즉시 시작하는 자신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또 함께 일하던 직원 3명이 자신의 취지에 흔쾌히 동의한 것도 큰 힘이 됐다. 오 대표는 "이전에도 소방관과 그의 일행은 식사비 무료, 헌혈증 기부 시 파스타 제공 등 선행 이벤트를 해보자고 직원들이 먼저 제안할 정도로 뜻이 잘 맞는 이들"이라고 소개했다.

오 대표는 "결식아동이 많이 오면 올수록 매출은 떨어지겠지만 상관없다"면서 "오히려 너무 알려지지 않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무료제공 방침을 세운 지 한동안 이를 듣고 온 어린이나 청소년 손님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당 주변에 포스터를 붙이고 입소문을 내봐도 신통치 않자 홍보 이미지를 만들어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이 글은 지난 7월 4일 기준으로 3만회 가까이 리트윗되면서 큰 화제를 낳았다. 응원 댓글도 수 백 개가 붙었다. 그리고 여름방학 이후 하루 기준 10~20명 가량의 아이들이 진짜 파스타를 찾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오 대표의 선행을 마케팅 수단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그러나 그는 "악플이 무서워서 좋은 취지라고 믿는 일을 주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면서 "형편이 넉넉하거나 장사가 잘 된다고 해서 기부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선한 취지를 악용할 사례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일어나지 않는 염려나 두려움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의 진행이 늦춰지는 것은 더 싫다"면서 만약의 우려가 발생할 경우는 그때 조치를 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 대표의 선행 봉사의 취지가 알려지면서 대통령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격려의 편지를 보냈다. 오 대표가 공개한 이 격려편지에서 김 여사는 “이 여름에, 청명한 바람 한 줄기 같은 소식을 들었다”며 “꿈나무카드를 갖고 끼니를 챙기러 온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기를, 더 배부르기를 바라는 ‘다정한 삼촌’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라고 감동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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