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腦病變'. 뇌성마비처럼 뇌문제로 나타나는 신체장애를 일컫는 말이다. 가장 큰 특징은 몸이 뻣뻣하게 굳는 강직 현상이다. 뇌병변 장애인에게 옷 입히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다. 심지어 옷을 입히기 위해 돌처럼 뻣뻣해진 팔과 다리를 억지로 꺾어야 할 때도 많다. 옷을 입는 이도 입히는 이에게도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이런 고충을 없애고자 장애인 의류 제작이란 '미지의 영역'에 뛰어든 이가 있다. 국내 최초 뇌병변 발달장애인을 위한 의류브랜드를 만든 (주)베터베이직 박주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24일 만난 베터베이직 박주현 대표.ⓒ데일리굿뉴스

국내 최초로 뇌병변 장애인옷 규격 만들어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도 예쁘고 편하게 옷을 입을 수 있을까?"
 
모든 것은 이 고민에서 출발했다. 첫째를 낳고 10년 만에 얻은 귀한 딸은 의료사고로 태어나자마자 '뇌병변 장애'를 안았다. 제대로 앉아 있고 먹는 것도 쉽지 않은 데, 옷 입는 것까지 딸에게 괴로움이 됐다. 오로지 아이에게 편한 옷을 입히기 위해 손수 '재봉틀'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됐다.
 
박 대표는 "우리 아이들의 경우 팔이 구부러지지 않아 무조건 큰 옷을 입힌다. 보호자가 챙겨 주지 않으면 맨몸이 드러나기 일쑤 "라며 "다양한 외국자료 및 서적 등을 참고로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를 고민해 옷을 뜯고 잘라 리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비장애인을 위해 디자인된 옷을 고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한국엔 장애인 의류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고 관련 제품도 거의 없었다. 그는 "그나마 해외에는 장애인을 위한 의류가 다양하다"며 "해외 장애인용 보디슈트를 참조해 옷의 앞옆뒤를 터보면서 우리에 맞게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트임방식'은 놀랍게도 국내특허로 이어졌다.
 
아이에게 수선해 입히는 옷들이 소문나면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엄마들과 모여 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리폼가이드 북도 제작했다. 2017년에는 장애아동을 위한 의류 수선으로 여성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베터베이직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육성 사업을 통해 시제품을 내고 지난해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판매하는 제품은 영유아용 보디슈트를 청소년용으로 제작한 보디슈트와 브라 톱 등 10여 종이다. "꼭 필요한 제품들이라 정말 감사하다"는 반응을 접할 때면 박 대표는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의류 제작을 넘어 그는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 중에 있다. 최근엔 옥션의 전문관 케어플러스를 통해 의류가 판매될 때마다 같은 상품 1개를 '나눔쇼핑' 기금으로 뇌병변 장애 아동들을 돕는데 썼다.

그리고 현재는 발달장애인의 재능발굴을 돕는 프로젝트를 기획, 진행 중이다. 그림에 재능있는 발달장애인 화가를 발굴해 베터베이직 상품의 디자인으로 활용하고 있다. 1호로 이지현 작가를 발굴, '천산 천지 여행의 추억'이란 그의 작품을 디자인으로한 티셔츠를 제작했다.
 
최대한 자신이 가진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박주현 대표. 그는 장애인들이 세상 속에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돕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베터베이직의 최종 목표는 '옷을 통해 생각 바꾸기'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목적인 것이다. 끝으로 그는 "편견 대신 아이들을 먼저 예뻐해주고 존중해주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하루하루 아이를 통해 새로운 것들을 발견해요. 어쩔 때면 아이가 저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걸 느끼죠. 이런 아이에게 좋은 세상을 만나게 해주고 싶어요. 장애를 떠나 모두가 행복하고 서로 이해하며 공감하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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