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계획을 세우면 일정에 반드시 ‘공원에서 걷기’를 넣는 박 모 씨(26). 지난 여름에도 오사카 휴가 계획을 짜며 인근 공원을 둘러보는 일정을 넣었다. 도심에서 일하다 보면 왠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다. 공원이 아니라면 아예 산이나 바다로 떠나기도 한다. 푸른 숲을 보러 강원도로, 바다를 보러 강릉과 부산으로 가는 것이 그의 휴가 패턴이다.
 
 ▲사람이 자연을 그리워하는 이유가 인간의 본능인 '녹색갈증'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pxhere

자연 그리워하는 이유는 ‘녹색갈증’ 때문

사람이 자연을 그리워하는 이유가 인간의 본능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생물학과 교수 에드워드 윌슨은 모든 인류에게 본능적으로 ‘녹색갈증(바이오필리아)’이 있다고 말했다. ‘녹색갈증’이란 자연을 좋아하는 생명체의 본질적이고 유전적인 소양을 뜻한다. 자연을 좋아하는 것이 우리 유전자 속에 각인돼 있는 셈이다.
 
실제로 숲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2003년 노르웨이와 스웨덴 연구진은 15분 동안 틀린 맞춤법을 찾는 과제를 참가자들에게 요구했다. 그리고 참가자를 둘로 나눠 한 집단에는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해안과 목장 사진을 보여주고 또 다른 집단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번잡한 도시 사진을 보여줬다. 동시에 평소 상태, 과제를 하면서 긴장한 상태, 그리고 사진을 본 이후 상태로 나눠 맥박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 과제를 하며 긴장됐던 맥박은 도시보다 자연환경 사진을 본 집단에서 더 빨리 회복됐다. 심지어 평소상태보다도 편안해했다. 숲을 바라만 보는 것으로 마음이 안정된다는 이론을 증명한 셈이다.
 
숲 속에서는 심리적 안정을 회복하고 긍정적인 감정이 증가하기도 한다. 긴장, 분노, 우울 등의 부정적 기분상태는 줄어들고 활력은 향상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도시 속 ‘숲세권’이 대세

자연을 갈망하는 인간의 본능 때문인지 도심에 사는 사람도 숲을 찾기 시작했다. 요즘 뜨는 주거 스타일은 ‘역세권’이 아닌 ‘숲세권’이다. 주택 선택 시 숲이나 공원 등이 주요 결정 요인이 되는 것이다.
 
희망 라이프스타일 1위가 자연친화형(37%)라는 주택산업연구원 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도시숲이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는 주거환경이 쾌적하다는 이유로 수요가 꾸준하게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삶의 질을 높이고 생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도시숲에 대한 연구가 매우 활성화 돼있다. 미 산림청에 따르면 뉴욕시의 경우 도시숲을 통한 초미세먼지 저감으로 사망률 감소, 병원비 절감 등 한해 한화로 약 69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트렌드에 맞춰 도시숲 가꾸기를 적극 추진 중이다. 산림청은 1인당 생활권 도시숲을 15㎡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국제보건기구(WTO)가 권장하는 1인당 생활권 도시숲은 9㎡다. 하지만 2017년 기준, 서울은 4.38㎡, 경기 7.69㎡, 인천 8.23㎡ 등으로 국제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1인당 기준면적 보다 낮다.
 
산림청은 “도시 숲은 4,516㏊에서 2027년까지 7,000㏊로, 명상숲은 현재 1,659개소에서 2,659개소로, 가로수는 4만2,552㎞에서 5만㎞로 확대 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생활 주변에서 숲이 많아진다면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은 물론 기후변화 대응 외에도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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