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탈리아 극우 세력 압수수색 과정에서 공대공 미사일 등 전쟁용 무기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압수된 무기들은 당장이라도 전투 투입이 가능한 상태여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대테러경찰은 압수한 공대공 미사일 '마트라 수퍼 530F'를 공개했다. 이 미사일은 극우 인사와 연관된 북부 파비아 인근의 한 비행기 격납고에서 발견됐다.(사진제공=연합뉴스)

무기들, 당장 전쟁 가능수준
 
이탈리아 대(對)테러경찰은 15일 토리노, 포를리, 바레세, 밀라노 등 이탈리아 북부 도시의 극우 인사들의 자택과 은신처를 동시다발적으로 급습했다.
 
경찰은 극우 활동가인 파비오 델 베르지올로(50)의 근거지에서 공대공 미사일, 로켓 발사기, 자동소총 및 권총을 다수 발견했다. 또 이날 나치 상징과 각종 극우 선전물도 나왔다.
 
이날 발견된 가장 큰 무기는 '마트라 수퍼 530F'로, 1980년 프랑스가 제작해 카타르군에 납품했던 공대공 미사일이다. 무게는 245kg, 한 발 가격은 8억 원에 달한다. 경찰은 "당장 실전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고 밝혔다.
 
이밖에 델 베르지올로의 자택에서 실탄 800여 발, 총검 20점, 스콜피온 기관단총, 총기 부품 360여 개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군사용 무기가 민간에서 다량으로 발견된 것은 이탈리아에서 전례 없던 일이다.
 
경찰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親)러시아 성향 반군(분리주의 세력)을 돕는 이탈리아 극우 세력이 활동 중이라는 첩보를 얻고 급습작전을 펼쳤다.
 
이 작전으로 베르지올로를 비롯해 극우 활동가 2명을 함께 체포해 조사 중이다. 체포된 베르지올로는 전직 세관 공무원이자 2001년 네오파시즘을 추종하는 극우정당 포르자 누오바(새로운 권력)의 당원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베르지올로가 네오파시스트, 네오나치와의 연계를 추진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정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탈리아 북서부 제노바 법원은 이달 초 러시아가 지원하는 분리주의 세력과 함께 우크라이나에서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난 남성 3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15일 경찰이 극우 인사의 자택에서 발견한 실탄과 단총, 총기부품.(사진제공=연합뉴스)

극우 인사 살비니도 '러시아 오일 머니' 연루 의혹
 
이탈리아에서 극우 세력은 밀라노와 토리노를 중심으로 북부지역에 몰려있다.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원내 2당인 극우 성향의 '동맹당'도 북부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도 동맹당 인사다. 그는 브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말하거나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비난하는 행보를 보인 친(親)러 인물이다.
 
살비니 부통령과 동맹당은 최근 러시아의 오일 머니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유럽 내에서 극우 세력의 힘을 키우기 위해 몰래 동맹당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는 '러시아 에너지 기업이 이탈리아 국영 석유회사인 ENI에 원유를 판매하고 받은 금액 4%를 동맹당의 정치자금으로 지원한다는 논의가 러시아와 동맹당 사이에서 이뤄졌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밀라노 지방검찰청은 이와 관련해 살비니 부총리와 동맹당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우리는 러시아 자금을 전혀 받지 않았다"며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그가 누구든지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16일(현지시간)에는 "한 주에 2차례씩 의회에 나가 질의응답 시간을 이용해 아는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밀라노 검찰의 프란체스코 그레코 검사는 이날 "이번 조사는 길고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 될 것 같다"며 "현재로서는 살비니 부총리를 조사할 필요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좌측)는 지난 4일 로마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우측)과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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