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개발 계획이 수립되면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소정의 보상금을 받고 지역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치솟은 땅값과 분양가로 다시 들어와 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파주 운정신도시의 일부 교회는 20년 가까이 종교용지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경기 파주시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위치한 교하순복음교회.ⓒ데일리굿뉴스

교회의 사회적 역할·자생할 방법 상실해

2001년 파주 운정신도시에 수용된 교하순복음교회는 신도시 아파트 단지 속 한가운데 놓인 컨테이너를 예배당으로 사용 중이다. 종교용지를 분양 받긴 했지만 비싼 분양가와 건축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선뜻 교회건물을 올릴 수 없었다. 계약 후 수년째 잔금을 치르지 못해 결국 분양 받은 부지를 내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8월이 되면 그나마 있던 컨테이너마저 철거된다.
 
김기식 담임목사는 "수용 후 10여 년간의 줄다리기, 또 재판을 겪으며 현재는 아내와 자녀들, 처가 식구들 10명 정도만 남아 이 컨테이너에서 신앙생활 중"이라며 "개발 전 지역 내 가장 큰 교회도 은행 빚을 갚지 못해 사라지는 상황에서 섣불리 건물을 올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교회 측에선 기존처럼 유치원이나 노인센터 등 예전처럼 복지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요구했지만 구두와 서면으로 협의된 사항 일부가 계약 후 지켜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처지가 비슷한 사랑샘교회도 예배당을 창고와 상가로 수 차례 옮겨야 했다. 전국기독교총연합회 개발대책위원장이기도 한 사랑샘교회 박창호 목사는 "한 지구가 개발되면 50~100개 정도의 교회가 수용되는데 그 중에서 살아남는 교회는 2~3개 뿐이다"며 "옥정지구의 경우는 단 한 교회도 살아나지 못했고 파주도 2~3교회만 남고 나머지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전국 신도시 재개발지역 종교용지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파주 운정지구와 김포한강지구, 별내지구 등을 비롯해 총 18개 지구 240여 교회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신도시에 수용될 때 받는 보상가보다 분양계약 시 토지분양가가 훨씬 비싸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건물을 세우려면 은행에 큰 빚을 져야만 한다. 신도시 개발과정에서 기존 교회가 대부분 사라지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지금까지 전국의 1만 3천여 교회가 사라졌다. 이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앞으로 개발이 진행되는 지역들도 곧 직면할 문제다.
 
이 지역 목회자들은 "신도시 개발 후에도 기존 목회지에서 사역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현재 지구단위계획을 개정해야 한다"며 "교회가 자생할 수 있도록 지역교회 현실을 돌아봐 달라고 오래 전부터 요구했지만 지자체와 시공사로부터 외면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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