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한 직장에서만 일하는 전통적 틀을 벗어나 능력과 개성에 따라 다양한 직업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2017년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 중 부업을 하고 있는 사람은 40만 명이 넘는다. ‘부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직장인도 많다. 2017년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986명을 조사한 결과 77%가 부업을 하고 싶어했다.

N잡러는 복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을 뜻하는 ‘job’, 사람을 뜻하는 ‘~러’(er)가 합쳐진 신조어다. 본업 외에도 부업과 취미 활동을 즐기며 시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겸업을 한다. 우리는 이들을 N잡러라 부른다. 생계를 위한 투잡족과는 다르다. 특히 ‘평생직장’이 없어진 2030세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는 2030 N잡러 3명을 만나봤다.
 
 ▲3인의 N잡러 사진 ⓒ데일리굿뉴스

평일엔 대리님, 주말엔 사장님

Q.원래 하고 있는 일과 겸업을 하게 된 일은?
A.본업은 미디어 업계 회사다. 최근 쇼핑몰을 열었다.

Q.다른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A.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무료해졌다. 원래 하고 싶었던 것들을 생각하게 됐다. 예전에도 옷에 관심이 많았다. 취미 겸 활력을 찾고자 쇼핑몰을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진짜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회사 다니면서 오히려 ‘내가 회사에서도 짜증나고 힘든 것 다하는데 이것도 별것 아니겠구나’라는 용기가 생겼다.

Q.만족도는 어떤가?
A.노력에 비해 수익은 적지만 재밌어서 계속 하게 된다.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회사는 아무래도 수동적으로 일을 떠맡다 보니 주도적으로 산다는 느낌이 덜하다. 쇼핑몰은 기획부터 촬영, 구매, 관리까지 모두 스스로 해야 하지만 한편으론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좋다.

Q.어려운 점은?
A.체력이다. 그거 빼곤 없다. 출근하기 전 새벽 6시에 동대문 시장에 들렸다가 출근을 해야하는게 힘들다.

Q.N잡을 꿈꾸는 사람에게
A.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 살았음 좋겠다. 생각해보면 우리 세대는 참 불쌍하다. 치열하게 경쟁해서 무엇인가 성취해도 결국 사회는 콘크리트처럼 굳어있다. 그래서 ‘내 삶이라도 유연하게 살아보자’라고 생각하고 원하는 일을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토요일엔 웨딩플래너, 일요일엔 유튜버

Q.원래 하고 있는 일과 겸업을 하게 된 일은?
A.웨딩플래너를 했다. 회사를 다니며 유튜버를 하고 있다. 쓰리잡인 셈이다.

Q.다른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A.쇼호스트가 되고 싶은데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일단 관련 회사에 들어갔다. 방송 경험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유튜브도 시작했다. 5달 새 3,000명이 넘는 구독자가 생겼다. 아주 적지만 수입도 있어서 본의 아니게 세 가지 직업을 갖게 됐다. 

Q.실제로 만족도는 어떤가?
A.하고 싶은 일을 위해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실행했다는 점이 고단함을 이긴다. 그리고 재밌다. 또 경제적인 이유로 시작한 건 아니지만 여러 개 일을 하다 보니 금전적으로도 상당히 여유로워졌다. 번 돈으로 3가지 일에 서로 투자를 하니 시너지 효과도 있다.

Q.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A.개인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평일에는 회사에 다니고 주말에는 웨딩스케줄과 유튜브를 한다. 체력이 뒷받침이 안돼 링거도 자주 맞는다.

Q.N잡을 꿈꾸는 사람에게
A.
한 가지 직업을 5년 이상은 해서 눈감고도 일 할 수 있을 때 N잡을 권유하고 싶다. 여러 가지 일들을 병행하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때가 많다. 그럴 때 핸들링 하려면 하나의 직업은 안정적으로 잘 하는 것이어야 한다.

 
낮에는 부품개발, 밤에는 음식개발

Q.원래 하고 있는 일과 겸업을 하게 된 일은?
A.
연구개발을 하는 회사에 재직 중이다. 요식업을 겸업으로 하고 있다.

Q.다른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A.회사의 삶이란 게 뻔하지 않나. 진급하는 것 밖에 없는데 그 과정이 싫다. 누가 올라가네 마네 죽네 사네 하는 게 싫었다. 다른 일을 찾아보자 하다가 친구들과 동업을 해보자고 했다. 회사에 다니니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종잣돈이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한 결과가 요식업이었다. 장소를 물색하고 아이템을 만드는 과정을 6개월 거쳐 대학가에 김치찌개 집을 열었다.

Q.실제로 만족도는 어떤가?
A.
친구 3명과 같이 식당을 차렸다. 그 중 프랜차이즈 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퇴사하고 가게 매니저로 들어갔다. 그래서 별도의 근로나 시간투자는 아주 적으면서 성장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구조라 만족한다.

Q.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A.원하는 만큼 안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일을 병행하면서 갖는 체력적 부담은 없지만 생각할 게 많다. 또 동업을 하는 만큼 동업자 간 신뢰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 2호점을 내고 싶은데 본업을 포기하고 가게를 돌볼 사람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외부인을 고용하자니 못 믿겠다.

Q.N잡을 꿈꾸는 사람에게
A.N잡을 동업 또는 투자형식으로 준비하게 되면 일이 늘어나는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업진행방식과 같은 운영의 측면에서 자유도가 떨어진다. 견해차이로 인한 갈등이나 갈등 가능성에 대한 심리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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